▲언스플래쉬
이훈보
저는 커피를 다루는 사람이니 커피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라떼입니다. 에스프레소에 넉넉한 우유를 섞어 부드럽게 마시는 커피입니다. 저는 식사를 하지 않은 아침에 주로 마십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우유에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풍부한 향이 섞이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음료 자체보다 다른 뜻으로 더 많이 언급되기도 하지요.
'나 때'와 '라떼'의 어감이 비슷해서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 '라떼는 말이야'로 유통되기도 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는 추억을 이야기 하는 용도로 시작되지만 때로는 악습을 옹호 하는데 쓰여 최근에는 나쁜 표현처럼 이야기되지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 노력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달랐기에 그때는 그랬을까 싶었던 것이죠. 어쩌면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많이 한 공부는 모두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서러워 줄줄 흘러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묻지 않는 부모님의 과거와 동세대가 겪은 고단함을 솔직한 자세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대충 고개를 끄덕여 넘기는 게 아니라 마음에 나눠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부모님 미간에 드리워진 그늘을 나누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아득히 넘는 일이겠지만요.
그러니 라떼의 부드러운 발음만 가져다가 희화하기보다 때로는 라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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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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