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위잎 한상데친 머위 잎과 머위 무침
도희선
머위를 살짝 데쳐 저녁 밥상에 올렸다. 나물로 무치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는 어린 머위를 쌈으로 먹을 생각이었다. 어서 와요 머윗잎쌈은 처음이지.
머위잎 한 장을 넓게 펼쳐 밥 한 숟갈 올리고 쌈장 넣어 입안 가득 머금으니 쌉싸래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아 이 맛으로 먹는구나. 처음 먹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아직 어린잎이라 그런지 적당히 쌉싸름해서 입맛이 확 사는 것 같았다. 아니 참 요 몇 년간 입맛이 없어 본 지가 없으니 산다는 말은 틀렸다. 식욕을 불태우는 맛이다.
어릴 때는 입이 짧았다. 육류는 물론 추어탕이나 장어도 싫어했고 버섯이나 향이 강한 채소도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지만 산나물이나 들나물 종류를 먹어 본 기억도 별로 없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다른 집 아주머니들처럼 봄이면 산이나 들로 나물을 뜯으러 갈 수 없었다. 밥상에 오르는 채소는 주로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이었다. 정구지(부추), 겨울초, 시금치, 상추, 오이, 가지 등 계절 따라 텃밭에서 나는 채소들이 김치나 나물 혹은 생으로 상위에 올랐다.
결혼 후 요리를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재료는 사지 않았다. 나물거리도 마찬가지다. 쓴맛 나는 나물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알 수 없었고 몸에 좋다한들 입에 쓰니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터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게 됐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몇 년 전부터 식당에서 찬으로 나오는 취나물, 냉이, 부지깽이, 돌나물, 엉게 순 같은 제철 봄나물을 먹었다. 쌉싸름한 맛과 특유의 풍미가 매력적이었다. 이 좋은 걸 왜 여태 몰랐나 후회했다. 나이가 들수록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서 묘한 여운을 남겼고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생각났다.
쌉싸름하다는 조금 쓴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쓴맛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쓰다고만 느꼈을 땐 먹기가 불편했었다. 젊을 적 쓰게만 느껴졌던 맛이 이제 기분 좋은 쌉싸름함으로 바뀌었다. 봄을 담은 나물 한 접시는 그 쌉싸래한 맛으로 나른해진 몸을 깨운다. 겨우내 품고 있던 성분이 약이 되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하고 기운을 북돋워준다.
쌉싸름한 맛의 진가를 알게 된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