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 테이프 넣는 곳.
안수민
일단 나는 미러리스, DSLR, 필름카메라를 모두 찍는 카메라 덕후이자 아마추어 사진 작가를 꿈꾸는 22살 대학생이다. 내가 캠코더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이었는데,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보니 90년대-2000년대 초반 홈비디오 느낌의 영상이 찍고 싶어져서 집안에 잠자고 있던 캠코더를 꺼냈다.
2002년에 아버지가 그 당시 시세로 100만 원을 넘게 주고 산 캠코더이다. 내가 2002년에 태어났으니, 내 영상을 찍어주기 위해서 사신 것이다. 이 캠코더를 10여년 만에 장롱에서 꺼냈다. 그런데 바로 쓸 수 없었다. 먼저 새 리튬배터리와 코인형 전지를 구해야 했다.
리튬배터리는 제조사에서는 더 이상 만들지 않아 인터넷에서 구매했는데, 동남아시아 어디에서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날짜 표시 기능 즉 "데이터백"을 위해서 코인전지가 필요했다. 편의점에서 사서 끼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6mm 테이프가 필요했다. 이것도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테이프를 끼우기까지 했는데, 테이프가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서 캠코더를 들고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다. 삼성은 카메라 사업을 접었다. 서비스센터 키오스크의 선택지에는 캠코더 비슷한 것도 없었다.
"캠코더요? 일단 가전으로 접수하세요. 혹시 고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냥 돌아서려 하는 나를 직원이 붙잡아서 접수를 대신 해주었다. 그래서 나와 캠코더는 그 센터의 최고참 엔지니어가 있는 가전 파트로 보내졌다. 엔지니어는 이걸 왜 가져왔는지 황당한 표정이었다.
"이거 20년 전에 나온 건데, 이걸 쓰시겠다구요?"
"요즘에 이런 거 다시 꺼내서 써요. 레트로... 그런 느낌으로요..."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엔지니어들이 뭔가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아, 뭘 말하는 건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이거 이제 부품도 없어요. 뜯자면 뜯을 수는 있는데..."
말하면서 엔지니어는 캠코더를 몇 번 툭툭 쳤다. 그 순간 테이프가 슬금슬금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이거 되는데요?"
"아 그럼 저 이거 그냥 가져갈게요! 뜯지 마시고 그냥 주세요. 이거 때려가면서 쓸게요!"
수리비도 없었다. 나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캠코더를 쇼핑백에 소중히 담아서 집으로 가져왔다.
내가 6mm 캠코더를 사용하는 방법은 대충 이렇다. 일단 리튬전지를 충전시키고, 작동이 될 때까지 살살 달래가며 기다린다. 그리고 촬영을 한다. 나는 주로 60분 분량의 테이프를 사용한다. 촬영이 끝나면, 테이프를 빼지 않은 채로 캠코더에 케이블을 연결해서 테이프에 기록된 영상을 TV에서 재생한다.
그리고 TV에서 화면녹화 기능을 사용해서 이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저장한다. 그러다 갑자기 작동이 안 되면, 톡톡 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시 돌아온다. 고장나지 않게 조심해서 써야 한다. 이제 고쳐 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내가 직접 뜯어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편한데 왜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