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더 빛나는 야경들
배은설
달밤에 차박하기
그렇게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밤길을 달려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느 곳에 차를 세우면 좋을지 잠시 고민하다, 바닷가 근처 화장실이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일명 평탄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앞좌석을 앞으로 당긴 뒤, 뒷좌석 등받이 부분을 접어서 평평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트렁크의 짐들은 앞좌석에 몰아넣은 뒤 매트를 깔고 집에서 덥던 이불을 펼쳤다.
작지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제법 만들어졌다. 우리만의 아늑한 잠자리가 완성됐다.
매트 위에 올라간 어린이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신나서 엎드렸다 누웠다 이리 데굴 저리 데굴거리는 어린이의 흥분에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박을 시도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장롱 속이나 할머니네 다락방처럼 굳이 비좁은 곳에 찾아들어가서 놀거나 숨는 걸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이도 아마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짐작됐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아이와는 달리 엄마아빠는 다소 분주했다. 잠자리가 만들어진 뒤에도 앞, 뒤, 옆 창문을 차량용 커튼으로 가리느라, 또 커튼이 들떠 가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바람에 근처 편의점에 가서 임시로 고정해 둘 테이프를 사와서 붙이느라 얼마간을 더 바쁘게 보냈다. 달밤에 차박하기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이윽고 셋이 나란히 누운 시간은 밤 열한 시가 다 돼 가는 시간이었다. 정말이지 뒤척일 여유라곤 없는 공간이었다. 성인 두 명이 누우면 꽉 찰 차 안에 세 사람이 누운 터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천방지축 어린이는 공간이 있거나 말거나 엄마, 아빠 몸을 번갈아가며 타고 넘기도, 발로 밀어대기도 했다.
그런 아이에게 말은 하지 말라 하면서도, 응징을 빙자해 끌어안았다. 좁은 만큼 서로에게 더 꼭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들뜬 아이는 한참을 데굴거렸고, 더불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연신 테이프로 고정해둔 차창 커튼을 들추며 그 틈으로 바깥 구경을 했다. 덕분에 우린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지만,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차박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단 마음가짐보단, 차박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단 마음가짐으로 떠나온 터라, 차박 전용 매트가 아닌 아이가 어렸을 적 집에서 깔던 매트를 깐 상태였다. 이 매트는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고, 차 안은 좁아서 자세를 바꾸기도 어려웠다.
이 한 몸 뉘일 자리만 있다면 충분... 했으면 좋았겠지만, 밤새 이곳저곳이 배기느라 피곤한 몸은 그렇지 않다고 아우성이었다. 결국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일어난 새벽. 눈이 퀭했다.
와락 밀려들어오는 파도 소리
차창 커튼을 젖혔다. 응? 퀭하던 눈이 번쩍 떠졌다. 햇살에 끊임없이 반짝이는 넓디넓은 수면이 한눈에 들어왔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딱딱한 매트 위에 다시 누웠다. 가만히 누워 있자니 파도가 쏴 밀려오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