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3년 4월 26일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국빈 도착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워싱턴 선언을 읽다보면 이런 구절을 만난다. 숨이 헉 막히는 순간이다. 굳이 없어도 될 이런 구절은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불신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라는 쌍불신의 결과다.
또 워싱턴 선언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준수를 명기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한미양국 공동의 목표로 설정했다.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체 핵무장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과 나토식 핵공유 등 세 가지다. NPT를 준수한다면 이 셋 중 어느 하나도 실현가능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평화를 추구하는 차원에서는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 의해 강제된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 한국이 NPT를 준수하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평화국가로 평가해줄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핵개발 의심국가라는 딱지는 주홍글씨처럼 대한민국 브랜드에 새겨져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핵무장이 초래할 끔찍한 상황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우리는 NPT에서 탈퇴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경제위기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핵무기 비확산을 추구하는 미국과도 갈등이 생겨서 한미동맹이 불안해질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연료와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할 것이고, 핵실험을 강행하다가 국내 여론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배치도 불가능하다. 미국은 한국에 배치할 전술핵무기도 없을 뿐 아니라, 의지는 더욱 없다. 1957년부터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던 것은 NPT가 발효된 1970년 이전 상황이다. 1991년에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한다면 이것은 NPT 위반이다.
핵공유도 마찬가지다. 핵공유의 대전제는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한국이 관리하고 미국이 통제하는 것이 핵공유의 기본 개념이다. 미국은 핵공유의 의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핵공유를 한다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야 하므로 이 또한 명백하게 NPT 위반이 된다. 나토의 핵공유는 1966년이고, 이때는 1970년 발효한 NPT 이전이다. 미국이 NPT를 위반한다면 국제핵질서는 붕괴될 것이고, 이것은 치명적인 미국의 안보위협으로 부상할 것이다.
▲자체 핵무장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과 나토식 핵공유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게다가 워싱턴 선언에서는 다시 NPT 준수를 다시 못박아 버렸다.
워싱턴 선언에서는 한미원자력협정 준수도 재확인하고 있다. 한국의 핵개발 시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워싱턴의 꼼꼼한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핵무장론자들이 한미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서 한국이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핵무기 개발과 무관하게 한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주권 확대 차원에서 재처리와 농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핵보유론자들의 어설픈 주장으로 그조차 물 건너갔다. 한국의 국가브랜드에는 자발적 비핵평화국가가 아니라 강제적 핵불능국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 어쩌면 무모한 핵개발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국제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