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기록> 사진 5<기억의 기록> 사진 5
도서출판 토향
타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개인 사진이 한 시대의 역사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누군가가 영원히 남기고 싶어 했던 아름다운 추억의 사진들이 사진관의 폐업으로 인해 모두 버려지게 된 상황에서, 사진들은 '사진 한 장의 소중한 역사성'을 인식한 부부의 손에 의해 수집되었다.
그렇게 모인 자료들이 간도사진관 시리즈 제2권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이 어쩌면 기적 같기도 하다. 류은규·도다 이쿠코 부부 작가의 <기억의 기록>을 통해 재중동포들의 고난 속에서도 지치치 않은 생명력으로 오늘의 역사를 일군 정겨운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싶다.
다음은 <기억의 기록>을 펴낸 류은규·도다 이쿠코 부부 작가와 나눈 짧은 인터뷰를 기록한 것이다.
"빛바랜 한 장의 사진 통해 민족 동질성 이해했으면"
- <간도사진관> 2권에서 특별히 말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
"간도사진관 시리즈를 통해 옛 사진 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번 책에서는 사진 찍힌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찍은 사람 곧 사진사에게 초점을 맞추어 사진사의 마음과 사진 기술, 기법 등을 통해 옛 사진에 접근해 보았다."
- 지난 30년 동안 중국 동북 삼성을 다니며 재중동포의 삶을 촬영하고 많은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과정이 왜 중요한가?
"1993년 하얼빈에 살면서 있었던 일이 계기가 되었다. 버스 안에서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한 어린아이가 갑자기 '한국에서 왔어?'라고 반말로 말을 걸어왔다. 그때는 순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러한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는 한국에 돈 벌러 가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음을 알게 되었다. 그 뒤 조선족 아이들에게 민족의 이주와 정착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글보다 사진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한국바람'이 불어 민족 언어교육이 한참 유행했다가 30년이 지난 지금,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도 조선말 교육이 쇠퇴해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지난 시절의 순수한 모습을 찍은 사진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 재중동포와 관련한 사진 5만 여장 가운데 제1권 <동주의 시절>과 이번에 출간한 제2권 <기억의 기록> 외에 앞으로 <간도사진관> 시리즈 출간에 관한 계획은?
"<동주의 시절>은 윤동주가 고향에서 썼던 시를 통해 간도 이주민의 희로애락이나 격동의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책이다. <기억의 기록>은 재중동포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더라도 사진 보는 재미로 넘겨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옛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사진을 꺼내 보거나 추억을 더듬어보는 가슴 따뜻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역사성이 짙은 진지한 구성의 책과 더불어 사진 보는 재미로 접근할 수 있는 구성의 책을 번갈아 가면서 기획하고자 한다."
- 재중동포 사진을 접하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한중수교 30년을 넘어 두 나라 사이 왕래가 빈번해지고 한국에 정착한 재중동포도 많이 늘었다. 재중동포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이웃이다. 간도사진관 시리즈는 재중동포가 주인공이지만, 널리 우리 겨레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도 담겨있어 전혀 낯설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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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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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왔어?' 중국서 반말 건네던 꼬마, 필요성 절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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