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기준금리 인상분 즉각 반영하던 시중은행...어느 날 인상이 멈췄다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간·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의 입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엔 금융위원장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1월 25일 시중은행들에게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선명한 메시지로 경고했다. 이미 같은 달 14일 금융당국에서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한 차례 나온 후다.
당시는 연일 고공행진하던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정기예금 금리 기준으로 연 5%를 넘어서던 시점이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13일 처음으로 5%대 예금금리의 포문을 열었다. 금융업계에서 가장 안전한 제1금융권에서 1억원을 넣어두기만 해도 연간 500만원(세전)을 이자로 받아갈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10월 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847조 2293억원을 기록했다.
금융 당국으로선 시중은행이 수신금리 경쟁을 벌일 경우 그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있던 자금이 제1금융권으로 이동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4일 한국은행이 다시 금리 인상(0.25%포인트)을 단행하면서 수신금리가 인상될 여지가 커졌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제도' 역시 당시 시중은행간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간 차이를 뜻하는 예대금리차 차는 크면 클수록 해당 은행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중은행들로선 예대금리차 1위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당일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하는 등 그 시기를 종전(영업일 기준 3~4일)보다 크게 앞당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11월 기준금리가 인상된 후, 5대 시중은행 중 누구 하나 먼저 '수신금리 인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월 초 시중은행이 야심차게 내놨던 5%대 예금금리 상품마저 월말엔 종적을 감추기에 이른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5%를 넘어섰던 '우리 WON플러스 예금' 금리는 하루 다음 날인 11월 14일부터 1년 만기 연 4.98%로,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기본금리도 각각 연 4.7%, 연 4.8%까지 떨어졌다. 다만 농협은행 상품엔 0.3%p의 특별우대금리가 붙어 종전과 같은 금리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