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가 김대중에게 보낸 편지 5장김지하가 김대중에게 보낸 편지 5장입니다. 원래 6장인데 한장은 전하지 않습니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김지하의 편지 내용을 보면 김대중은 해외에서의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알린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김지하는 김대중의 활동 방향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국내 동향을 전하고 있다. 이 편지는 유신 정권 초기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김대중에게 보낸 김지하의 편지, 역사적 학문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첫째, 김대중과 김지하는 잘 아는 사이였다. 1973년 4월 미국에서 발간된 김지하의 시집 '오적과 비어'에 김대중이 추천사를 쓰기도 했고 추천사의 내용을 보면 유신 선포 직전에 동교동 자택에서 김지하와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관계였던 김대중과 김지하는 유신 정권 시절 국제적으로 한국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던 인물들이다. 이러한 두 인물이 유신 정권 초기 반유신 투쟁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둘째, 김대중은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반유신 민주화 국제연대 구축을 위해 노력했으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김대중은 국내 민주세력과 소통하면서 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사료를 통해서 새롭게 확인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그 대상이 모두 재야 인사라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김대중은 이때부터 재야 인사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서 반독재 민주세력의 총연합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김지하는 "최소한 올가을 유엔총회 전후한 시기엔 군중행동의 제1파를 일으킬 작정입니다. 힘이 닿는한 각계층의 연합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쪽에서의 행동도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썼는데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김지하는 민중시위가 나올 수 있도록 자신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시작된 유신체제 초기에 국내에서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각종 저항운동이 크게 위축돼 사실상 암흑 상태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김지하는 1973년 5월 20일 나온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시작으로 반유신 투쟁이 서서히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보다 진전된 형태의 군중집회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김지하는 이것을 김대중의 망명투쟁 활동과 연계해서 접근했다. 해외투쟁과 국내투쟁의 결합은 망명투쟁 당시 김대중의 운동 전략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김대중과 김지하는 이 점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대중이 1973년 8월 납치테러 사건을 당하지 않았다면 김대중-김지하 연대는 큰 위력을 발휘했을 수 있다.
또한 김지하는 '각계층의 연합'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민주화운동 시기 김대중의 민주화 이행 전략인 반독재 민주화 총연합노선과 일치하는 정치적 견해다. 이 사실을 통해서도 보면 김대중과 김지하는 민주화 투쟁 전략에 있어서 상당히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 편지는 여러 각도에서 역사적 학문적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1970년대 민주투사 김지하의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유신 정권 시절, 해외에서 한국 민주화를 상징하는 '양김'은 김대중과 김지하였다
김대중과 김지하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에 맞선 대표적인 민주인권투사로서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인물이 모두 크게 알려지게 된 시점은 1970년이다. 김대중은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부터, 김지하는 '오적'을 발표한 이후부터 그렇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신 정권 시절 두 인물에 대한 각종 인권유린은 공분을 일으키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유신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유신 정권 시절 해외에서의 한국 민주화를 상징하는 양김은 김대중과 김지하였다.
김대중은 김지하를 높이 평가했다. 김대중은 망명 중인 1973년 4월 미국에서 발행된 김지하 시집에 추천사를 썼다. 이 글을 보면 김지하에 대한 김대중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