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모인 환경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가속화 정책에 반대하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를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성호
탄소세·배출권거래제, 진작 제대로 했어야
윤석열 정부가 일종의 '망상'을 기초로 한 분석을 내놓은 이유는 '맞춤형 결론'을 위해서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대규모 에너지 산업 전환 투자와 재정 정책이 수반되지 않은 현 정부의 탄소중립계획으로는 탄소 감축이 전통적 고배출 탄소집약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도드라질 것이고, 성장과 고용 외 도통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보수주의자들의 경제관 하에서 탄소중립에 따른 GDP와 고용 감소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러니 쥐꼬리만한 탄소가격 수입이라도 고용에 '몰빵'한다는 거짓 가정을 통해 경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들게 할 동기가 충분한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한국은행은 탄소가격 정책 부과시 GDP성장률이 연평균 0.08~0.32%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0.02~0.09%p상승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
BOK 이슈노트 기후변화 대응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2021년 9월 17일)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탄소가격제는 효과가 미미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유상할당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탄소고배출 산업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서 감축효과가 없다시피 했다. 가령 포스코는 국내 탄소배출의 12%를 차지하는데 배출권은 98%를 무상으로 할당받는다. 석탄, 정유업, 시멘트, 반도체 같은 대표적인 탄소집약 업종도 무상할당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배출권 수익 전액으로 기업과 국민에게 재정지원을 한다 해도 수익 자체가 미미해서 실효성이 없다. 지난해 잠정 배출권 수입은 4451억원으로 지난해 명목 GDP 2151조원의 0.02%인데, 이 정도 규모로는 경제에 유의미한 변화 자체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올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갈 삼척화력발전소의 사업비만 해도 5조원에 달하는데 연간 배출권 수익이 여기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유상할당 확대는 윤석열정부 4년차인 2026년부터고, 얼마나 확대할지 언급은 없다.
탄소세 도입은 더욱 요원하다. 정부가 예상하는 톤당 탄소가격 6만원을 상정해 탄소세를 부과한다면 휘발유는 리터당 130원, 경유는 160원 추가 과세를 해야 한다.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 대한민국은 공급망 위기 이후 OECD에서 유류세를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깎아준 나라인데, 전기와 가스 요금까지 동결해 공기업에 천문학적 적자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물가를 관리할 정도로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추가 부담을 감내할 리 만무하다.
탄소 고배출자들은 낮은 탄소가격으로 큰 혜택을 누리면서도 기후위기에 따른 고통은 주로 탄소 저배출자들인 저소득층이 짊어지는 구조가 정착됐다. 탄소세를 도입하고 물가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세수를 이용해 대규모 지원을 하는 입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기본소득당
용혜인 안, 정의당
장혜영 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거짓말이 문제적인 건, 그들도 이미 탄소가격제가 전례없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해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해법을 필사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려는 계획을 정당화하는 데 해법의 일부를 활용하는 기만적 태도 때문이다.
현대과학은 지금 즉시 전면적이고 급속한 탄소감축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원전이 다 지어질 때까지, 탄소포집기술이 상용화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가장 효과적인 감축 수단부터 활용해야 한다. 알면 용기있게 행하라. 윤석열 정부가 거짓말과 졸속 계획을 만회할 유일한 길이다. 양머리를 내걸었다면 지금이라도 양과 관련된 무언가를 팔길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공유하기
계획에 없는 정책으로 효과 분석한 '양두구육' 탄소중립계획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