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아파트와 경복궁 궁중문화축전 2023
한제원
아이들과 지난번에 경복궁을 찾았을 땐 근정전을 보고 왼쪽으로 가서 경회루까지 보고 나오는 짧은 코스로 관람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이번엔 근정전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 동궁도 가보고 더 깊이 교태전까지 들어가서 구경을 하였다.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사람이 많이 없어 호젓한 궁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궁 쪽으로 들어가니 큰 나무가 있어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쪽에 동궁전을 마련하여 왕세자의 거처를 두었다니, 가장 이른 아침의 햇볕을 받으며 일어나 생활해야 했던 왕세자의 삶도 녹록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거닐다 보니 생과방, 소주방이 나온다. 왕의 음식과 간식들을 만들던 곳인데 미리 예약을 해야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우리는 밖에서 구경만 할 수 있었다. 경복궁의 바깥쪽은 북적이지만 안쪽은 호젓하다. 나무그늘과 처마밑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쉬기에 좋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낮고 부드러운 곡선들이라 그런지 마음도 한결 편안하고 고와지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나온 광화문광장도 새로웠다.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 다니던 찻길이 언제 없어진 건지, 문화 공간으로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분수 구경을 하고 누워서 하늘 보고, 구름 보며 쉴 수 있었다. 한복을 차려입고 여기저기를 관광하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을 보니 새삼스레 회복된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여보, 나 이제 혼자 서울 오면 버스 어디서 타야 하는지도 모를 것 같아"라고 하니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되지 뭘 버스를 못 타냐"는 퉁이 돌아온다. 그는 내가 지도를 보면서도 길을 잃는 길치라는 걸 잊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