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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 학생 대학선택권 확대 위해 교육과정 재설정"
충북교육청이 김병우 전 교육감 주력 사업이었던 단재고등학교의 개교를 1년 연기하고 교육과정을 전면 재설정한다고 밝혔다.
충북교육청 및 교육계에 따르면, 단재고는 기존 2024년 3월 개교에서 1년 연기해 2025년 3월에 개교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철학과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배움을 실천하는 사람을 양성한다'는 목표와 방향, 교육과정 또한 수정된다. 도교육청은 단재고 TF팀을 다시 조직해 '충북형공립대안고등학교 설립준비 TF팀(이하 TF팀)'이 지난 5년간 설계한 교육과정을 전면 바꾼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이미 이러한 내용을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에게 설명했고, 도의원들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다음달 10일경 단재고가 세워질 청주시 가덕면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후에 이를 공식화한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진로진학팀 모지영 팀장(장학관)은 "학생모집을 하려면 7월 말까지 교육과정이 완성되어야 하고 교원과 공무직 인력규모도 결정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 3월 개교한다면 졸속개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재고 개교를 2025년 3월로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2월 교육부는 중앙투자심사에서 단재고에 대해 △6학급 사업규모 변경 불가 △교육과정과 공간계획 연계 △기존 대안학교 학생 의견수렴 등의 조건을 달아 설립을 통과시켰다. 당초 개교는 2024년 3월이었고 학생 수는 6학급, 96명이었다.
교육과정 변경과 관련 교육부에서는 개교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된 교육과정, 이제 와서 왜 바꾸나?
단재고 교육과정은 기존 TF팀이 2018년부터 5년여에 걸쳐 설계했다. 김병우 전 교육감 시절 교육청 내부결재를 통해 만들어진 TF팀은 충북대안교육연구회 회원들로 구성, 매달 워크숍을 통해 교육과정을 준비했다. 일부는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도 했고 완성된 교육과정은 미래교육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런 교육과정이 윤건영 교육감 취임 이후 전면 수정되는 이유는 뭘까?
도교육청 담당자들에 따르면 교육과정을 변경해야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교육과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모지영 팀장은 "교원수급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고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단재고의 거대 담론은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국어교과 중 웹소설 창작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 있다면 이를 지도할 교사가 있어야 하고, 음악교과 중 뮤지컬이나 실용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이를 지도할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 TF팀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교사충원 및 지도계획 등이 없다는 것이다.
모 팀장은 또 "(학생들에게)과학, 음악 등 큰 갈래 또는 계열은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안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인력까지도 명확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학생들의 대학진학 선택폭이 좁다는 점이다. 일례로 같은 대안학교인 은여울고등학교 학생들이 최근 진학상담을 했는데, 은여울고 보통교과(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 단위(시수)가 부족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응시할 수 있는 대학의 선택폭이 좁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단재고 보통교과 시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TF팀이 설계한 단재고 교육과정에서 보통교과는 13단위(국어 5, 사회 5, 한국사 3)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리 못해도 보통교과가 50단위 이상은 되도록 변경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계 고등학교의 보통교과 단위는 174단위다.
모 팀장은 "(학생 스스로)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하고 싶어도 조건이 안 돼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다르다.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도 단위 수가 부족해 못가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초중등교육법 60조의 3(대안학교)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 윤건영 교육감 철학을 최대한 담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만의 진로를 탐색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미래형 대안학교라는 단재고의 큰 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학생들은 진로에 따라서 진학을 하고 싶으면 해야 한다. (대입)그쪽 루트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TF팀 구성원이 누구일지, 또 몇 명일지,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꿀지 등 현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단재고 교육과정이 변경돼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이미 지난해 12월 있었던 국·과장 회의에서 '단재고 전면 재검토'가 이미 결정됐다는 것이다. 현재 단재고 업무 담당자인 모지영 팀장(장학관)과 이상명 장학사는 "재검토가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올 3월 단재고 업무를 새로 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