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자료 재구성(자료 출처 = 2023년 4월 20일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시, 실태조사 통해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900명 발굴") (그래픽 = 정우성 기자)
정우성
전국 일부 지자체, 지원책 내놓기도
영 케어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일부 지자체에서도 영 케어러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는 강남복지재단을 통해 2023년 3월 6일부터 24일까지 약 19일간 14~34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족돌봄청년지원사업 : 행복동행' 프로그램의 신청을 받았다. 당초 지원 인원은 중위소득 120% 이하 영 케어러 50명이었다. 강남구는 "대상자에게 생계지원, 건강지원, 주거지원, 자기 계발과 문화여가를 300만 원 한도에서 지원"을 약속했다. 특화 서비스로 "세탁, 청소 등 가사지원 서비스를 주 1회 2개월간 제공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4일 공개한 지원 대상 인원은 17명으로, 당초 예정 인원인 50명의 절반을 밑돌았다. 이에 대해 강남복지재단은 "강남구의 특성 상 청(소)년의 수가 다른 구에 비해 적은 것이 낮은 참여도로 이어졌다"라며 "대상자를 직접 발굴하는 것이 아닌 신청을 받다보니 아직 자신이 영 케어러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홍보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직접 사각지대를 '발굴'한 것이 아닌 '자발적 신청'에 기반을 두어 지원 규모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서대문구는 영 케어러 지원을 '신청'이 아닌 '발굴'에 기반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희망복지팀 관계자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행복 이음'이란 별도의 시스템을 두어 영 케어러를 발굴하고 있으며 한부모가족 등 영 케어러 구성원이 존재할 확률이 큰 가구의 경우는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영 케어러를 발굴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톡 '천사톡'과 구청 홈페이지에서 본인 또는 주변인이 신청할 수 있다"면서 신청의 간편함도 도모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충청북도 충주시의 충주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영 케어러 사회적 돌봄사업 : 부모의 부모가 되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요양비 등 돌봄 노동을 지원하는 급여를 포함하고, 지원 대상 선정 단계에서 사회복지사가 가정에 방문해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요양보호사를 가정에 직접 파견했다. 직접 파견이므로, 현금 급여 지급 후 지원을 받는 대상자가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강남구의 앞선 사례와 대조적인 부분이다.
'영케어러' 지원은 지자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기틀이 마련되야
영 케어러 지원에 대해 이세원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 케어러 지원의 시작은 "영 케어러가 가진 욕구(문제)를 파악하는 데 있다"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범국가적인 영 케어러 실태 조사와 통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관련 법령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영 케어러 문제는 지역적인 문제가 아닌, 전국 각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 단위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이 구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영 케어러가 돌봄 노동과 (보통 동반되는)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직 활동에 전념하지 않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도 말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영 케어러는 학업을 이수해야 하는 연령인데, 가정 내 빈곤 해결을 위해 학업과 더불어 일자리 현장에 나서는 것은 "학력의 저하와 학업 포기 등이 우려되는 데, 이는 사회적 낙오로 이어질 수 있어" 조속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진단이다. 그는 "영 케어러 가족이라면 기초생활보장제에 의한 수급권을 갖지 못하더라도 일정 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2년 전인 2021년 5월, '가정의 달'에 벌어진 영 케어러의 가족 간병 살인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고, 영 케어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로 모아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영 케어러는 여전히 자신이 언제까지 가족 구성원을 홀로 돌봐야 하는 가로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삶의 '버팀목'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이 누군가에게는 '쇠사슬'이라고 비관했던 2년 전 그날과 같이, 영 케어러의 아픔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음을 상기하며, 영 케어러의 하루가 '돌봄'을 넘어 '행복'을 꿈꿀 수 있는 국가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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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케어러의 간병살인 후 2년, 한국은 어떻게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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