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오는 5월 14일 총선 출마를 위한 후보 등록을 위해 3일(현지시간) 등록소가 마련된 방콕 소재 태국·일본 청년 센터 스타디움에 도착하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 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3개월 뒤 총리직에 오른 뒤 2019년 3월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을 통해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2023.04.03
연합뉴스
2014년 쿠데타 후 만들어진 2017년 헌법은 총리 자격과 선출 방식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총리 후보는 하원의원일 필요가 없으며, 선거 전에 각 정당 추천명단(최대 3명)에 이름을 올리면 된다. 명단에 오른 후 총리 후보는 지역구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이 되지 않더라도 총리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총리 후보를 내는 정당은 최소한 25석의 하원 의석(하원의 5%)을 확보해야 한다. 총리는 하원 과반수 표결로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 272조 유보조항에 따르면, 최초로 원이 구성된 후 5년 동안은 500명의 하원의원뿐만 아니라, 250명의 상원의원도 총리 선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 상하 양원 과반수인 376표를 얻어야 총리에 선출될 수 있다.
군부 편인 상원과 사법부
2017년 헌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원 관련 조항이다. 집권 군부의 군사평의회 격인 국가평화유지위원회(NCPO, National Council for Peace and Order, 2014년5 22일∼2019년 7월 10일까지 존속)가 선발위원회를 통해서 임명했다. 상원은 군부의 권력 유지를 위한 가장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였다.
2022년 8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쁘라윳 총리에 대해 헌재의 최종 판단까지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가 직무 정지를 당한 이유는 2017년 개헌으로 확정된 최대 8년 기한의 총리 임기를 언제부터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때문이었다. 야권에서는 쁘라윳 총리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2014년 8월부터 8년이 되는 시점인 2022년 8월 24일로 그의 임기가 끝난다고 주장했다.
9월 30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쁘라윳 총리의 임기 시작은 개헌 시점인 2017년으로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최장 8년인 총리 임기를 넘기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 결정으로 쁘라윳 총리는 야권이 제기한 임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총리직에 복귀했으며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5년 4월 6일까지 재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총리 전체 임기 4년 중 절반만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쿠데타 후 유지되었던 정치적 영향력의 큰 쇠퇴를 의미하게 된다.
전국 단위의 선호 정당과 총리 후보 여론 조사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와 루엄타이쌍찻당은 전체 3위(1, 2위는 야당인 프아타이당과 아나콧마이당), 보수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역구 기반의 예상 의석수 조사들에서는 같은 여당인 품짜이당에 뒤지고 팔랑쁘라차랏당과 엇비슷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팔랑쁘라차랏당은 현재 당 대표인 쁘라윗을 차기 총리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쁘라윳 총리와 쁘라윗 당 대표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동지이며 군대 내에서는 밀접한 선후배지간으로 보병 제21연대를 기반으로 한 태국판 하나회(부라파 파약, 동부호랑이그룹) 구성원이기도 하다.
루엄타이쌍찻당으로 옮겨간 쁘라윳 총리는 총선 후에는 (쁘라윗의) 팔랑쁘라차랏당과 다시 연합하여 연립정부 구성의 핵심세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양당 관계는 점차 대립적 관계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연립정부가 구성된다면 친군부 상원은 (쁘라윗의) 팔랑쁘라차랏당과 (쁘라윳의) 루엄타이쌍찻당 중 (연립정부 구성시) 의미있는 의석수를 차지한 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원의원은 2014년 쿠데타 후 만들어진 NCPO가 임명했다. 쁘라윳은 군사평의회 의장이었지만 이 기구를 실제로 운영한 것은 자문회의 의장 쁘라윗이었다.
쁘라윳의 선배이기도 한 쁘라윗은 지금도 당뿐 아니라 군부와 상원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다. 쁘라윳 총리는 그동안 팔랑쁘라차랏당의 당적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하원의원도 아니었다. 쁘라윳은 정당 소속이 아니어서 당과의 관계가 그리 끈끈하지 않았고 당은 쁘라윗 대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친군부 쁘라윗의 반전?
최근 SNS를 통해서 쁘라윗은 태국 정치에서의 (군부가 중심이 되는) 권위주의 세력과 (민간정치세력이 중심이 되는) 자유주의 세력 간의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쁘라윗이 자신을 쁘라윳과 탁신 전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세력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총선 후 연립정부 구성 시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정치적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