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찍힌 달리는 발 사진
배은설
다행히 저 멀리서 우리가 탈 버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버스 시간에 딱 맞췄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찰나, 어어... 버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쳤다. "어? 왜지? 포항역 가는 버슨데?" 당황스러워하는 우리의 말을 들은 한 어머니께서, 바로 옆 정류장을 가리키며 저기서 타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다행히 빨간불이라 버스는 멈춰 있었고, 우린 또 뛰었다.
그렇게 탄 버스이건만, 유감스럽게도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차가 막혀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았다. 결국 중간에 내려서 바로 택시를 탄 뒤 기사님께 마지막 기차임을 어필하며 기차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여쭤봤다.
"거리야 5분 거린데, 주말이라 역 바로 앞에서 차가 꽉 막혀서..."라고 말씀하시던 기사님은, 이내 오전에 왔을 때만 해도 막혔는데, 지금은 다행히 아니라고 말씀해주셨다. 남편은 "덕분에 기차 타게 됐습니다"란 감사 인사를 전하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핸드폰으로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런데 바로 저~기 눈앞에 역이 보이는데, 어느새 차들은 멈춰서 갈 줄을 몰랐다. 1분 단위로 상황이 바뀌는 기분이었다. 역 앞에 즐비한 버스, 택시, 자동차 행렬들. 결국은 3분여 만에 기차표를 다시 취소했다. 800원의 수수료가 멀어져 갔다. 우린 정확히 기차 출발 시간에 역 앞에 도착했다.
마지막 기차 놓치고 시외버스 타고 영덕으로
야호. 긴장감 넘치는 택시 유람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보자.
왔던 길을 되짚어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시외버스가 오기까지 30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어서 터미널 바로 앞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3분이면 나온다던 음식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결국 뒤늦게 나온 음식을 욱여넣어야 했다.
게다가 이제껏 경험해온 바론 터미널 앞 음식점이 맛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덕분에 그저 배고픔을 달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데, 무심히 젓가락을 가져갔던 딱 하나의 반찬에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젓가락을 가져갔다. 그건 다름 아닌 작은 가자미구이였는데, 놀랍게도 유일하게 무척 맛있었다.
역시 해산물은 바닷가마을에서 먹어야한다는 소리를 주고받으며, 마지막으로 희디 흰 가자미살을 한 번 더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양쪽 볼이 잔뜩 불룩해진 채로 바로 코 앞 터미널까지 달린 뒤 가볍게 시외버스에 올랐다. 오르자마자 버스가 출발했다. 나이스!
비로소 영덕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니, 스펙터클했던 오늘의 여정에 대한 소회(?)가 밀려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만 자동차, 기차, 시내버스, 배, 택시, 시외버스 총 6가지 종류의 이동 수단을 이용했다. 그 중에서도 환승에 환승을 거듭하며 버스를 제일 많이 탔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까 우리에게 옆 정류장에서 타야한다고 알려주신 어르신께 인사를 했던가 긴가민가했다. 감사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