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안 시내 전경
홍미식
태조산 등산로나 푯말이 보이지 않아 반대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직진과 우회전 두갈래의 길, 둘 다 예상 밖의 길이었다. 좀 더 유력하다 여겨지는 인재교육원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생각보다 급경사, 약간 난코스다.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등산 스틱 삼아 급경사 구간을 내려오다 감으로 들어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 산에서 길을 잘못 든 적이 처음은 아니어서 많이 당황스럽진 않았다. 서두르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스스로에게 천천히, 천천히란 주문을 외운다.
등산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어디 계획한 대로만 이루어지던가? 다행히 비도 그쳤고 해가 질 시간도 그리 촉박하지 않다. 깊은 산이 아니라 위급할 정도는 아닐 것 같지만 초행길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요기할 간식과 물을 점검한다. 사진 찍느라 소비했던 배터리도 최대한 아끼며 침착하게 대처하려 마음을 다잡는다. 등산에서든, 인생에서든 계획에서 좀 틀어졌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처해진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등산에 대한 강의에서 등산할 때는 체력을 셋으로 안배해 올라갈 때 1/3, 내려갈 때 1/3, 나머지는 비상시에 대비하여 비축해두라 했을 때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문가의 조언은 듣는 게 맞다. 나름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자신을 과신하고 오만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다행히 크게 헤매지 않고 등산로가 나왔다. 일단 조난은 면한 셈. 휴우, 다행이다. 이후, 지인 찬스나 119 등 민폐끼치는 일 없이 산에서 무사히 내려왔지만 마음 속의 지도와 다른 현실에서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예상 밖의 현실에 직면하며 다시금 철저한 준비 없이 산행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잠시 길은 잃었지만 자연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으로 무사히 마무리된 오늘의 산행이 더없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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