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대학 개강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경상도 한 대학 강의실과 복도가 수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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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초·중등 교육과 달리 대학 교육을 민간의 영역으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정치권은 필요할 때마다 개입해서 대학의 교육을 휘저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반값 등록금제도다.
학생들의 높은 등록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한 반값 등록금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국가의 정책에 순응해야 하는 국립대학이다. 이 제도로 지난 2008년 345만 원이었던 국립대학의 학생 1인당 순등록금은 2018년 155만 원까지 줄었다. 순등록금이란 학생들이 낸 등록금 수입에서 장학금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공립대학에 약 5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동시에 정확히 그만큼의 국가 장학금도 늘렸고 그 결과 순등록금도 줄어들었다. 결국 국공립대학들은 줄어든 등록금 수입을 교육과 연구의 예산을 줄여 충당해야 했다.
고등교육은 초·중등 교육과 달리 학령인구 감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셈이다. 이는 결국 고등교육 위기의 본질을 학령인구의 감소가 아니라 정부의 방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교육이 내팽개쳐진 나라에서 이야기되는 장밋빛 미래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처럼 무모하고 허무하다. 대학은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아울러 학문과 정신적 가치를 창출하고 전승시킨다. 대학이 창출하는 유형적 무형적 가치는 그 국가의 직접적인 경쟁력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학의 경쟁력 후퇴는 같은 기간 국가 경쟁력이 22위에서 27위로 후퇴한 근본적 원인도 이 때문이다. 특히 고등교육 공공성의 상징이자 보루인 국립대학의 경쟁력 후퇴는 지역의 몰락을 가속한 주범임이 틀림없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원장이 국립대학이 취업률은 낮지만 규모가 비대하다며 축소 혹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쏟아부어지고 있는 교육당국의 일련의 고등교육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정부는 최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발표하며 오는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2조 원 이상의 집행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국립대학도 지자체장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수도권의 사립대학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국립대학도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국립대학을 취업률이 낮으니 축소하라는 주장은 다리가 아프니 다리를 자르고 머리가 아프니 머리를 자르라는 처방일 뿐이다.
지역에 산재한 국립대학 위기의 본질이 지역의 산업과 연계하지 못한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물론 대학이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서 가질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미 붕괴된 지역의 경제적 기반 위에서 대학이 협력할 수 있는 산업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이 좁은 국가에서 지역의 대학은 지역 밖으로 나오지 말고 지역과 함께 공멸하라는 것인가?
국립대학 위기의 본질은 단연코 중앙정부의 책임 방기에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미한 정부의 책임마저도 지방정부로 떠넘기려 한다. 국립대학을 축소하라든가 국립대학의 운영을 지자체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은 위기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엉터리 해법이다.
다시 국립대학을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의 학생들도 가고 싶어 하는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대학에서 잘 교육받고 그 지역의 버젓한 직장에서 잘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
결국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국립대학부터 좋은 환경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훌륭한 학자들이 기꺼이 가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대학,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공급된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국립대학에서부터 먼저 빈부의 차이 없이 능력 있는 학생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장학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 대학의 부흥이 다시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역 성장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는 당연히 국가가 책임지고 이루어 내야 할 우리 국가의 미래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당연히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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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대거 배출하던 국립대가 망가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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