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북한 평양에 도착했던 2018년 9월 18일 당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거리의 북한 주민들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과 관련 발표가 있을 때마다 '실질적 개선'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 출범 1년이 돼가는 현재 시점에서,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은 지금으로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인권문제를 활용한 북한 '모욕주기'를 넘어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하려 한다.
첫째로, 시급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인권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탈북자, 특히 탈북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들 수 있다. 중국, 특히 동북3성 지역에는 북한 주민들이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와 매매혼, 그리고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불법체류자로 규정돼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2023 북한인권보고서>, 374-378쪽 참조)
관련해 한국 정부가 중국 당국과 동북3성의 지방정부에 탈북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 탈북 여성들의 2세 또한 중국에서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도 편입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제3자를 통한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둘째로, 북한인권 문제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실질적 개선'이 필요한 핵심 과제를 선정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당국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성분에 따른 차별 폐지, 거주와 이동의 자유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 등 보편적 기준에서의 명백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 당국의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이상의 인권문제들은 북한 주민 다수가 피해를 받는 사안이며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들이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들에 대해 북한 주민을 대신해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북한 당국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관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
셋째로, 필자는 북한인권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이 올바른 북한인권정책을 수립하고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 혹은 반(反)북한체제와 연동되며 인권 자체의 문제로 논의되기보다는 정치적 쟁점으로 소모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인권 문제는, 인권의 가치 자체 보다는 소위 정치적 도구로 남용돼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북한인권, 보수의 외도와 진보의 침묵 https://omn.kr/1z8ok).
인권이 그 자체의 가치로서 논의되고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북한인권 문제의 탈정치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통일부가 북한인권을 다루기보다는 법무부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관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또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부가 남북 간 교류협력과 북한인권을 함께 다루기는 다소 어렵다는 점에서도 주무 부서의 이관을 냉정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관련 기사: [
주장] 통일부, 남북관계 발전 준비하는 부서... 인권 문제 이양해야 https://omn.kr/20nze).
북한인권 문제는 아마도 윤석열 정부가 가장 많이, 강력하게 '인권 수호'를 외치는 분야일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국민의, '강제동원 피해자'들 목소리와 인권을 저버린 듯한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피해는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며 한국 정부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북한은 최악의 인권 국가다"라고만 외친다고 북한인권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인권' 그 자체의 가치만으로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행동하고 성과를 만들어내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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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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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지적한 윤 정부, 지금 진짜 필요한 건 "구체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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