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벚꽃이 만개하고 사람들이 들뜨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우울할 때가 있어요.
AJ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지 않고 금세 침울해집니다. 그럴 때는 부정적인 생각을 돌리기 위해 가벼운 운동이나 독서를 하곤 해요. 그마저도 힘들어지거나 의욕을 잃을 때가 종종 찾아오지만요. 그럴 때는 뜨개질할 거리를 찾아 손을 움직입니다.
뜨개질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 후 집중 치료를 하던 시기에 시작한 취미입니다. 요즘에는 만든 작업물을 판매해도 될 만큼 자신감도 있고 작업물의 품질도 좋습니다. 처음 시작할 즈음에는 짜고 있는 직물의 안과 겉을 구분하지 못해서 뒤집어 뜬 적도 많았지만요.
뜨개질을 하다보면 내가 뜨고 있는 작업물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나 확인하는 데 집중하느라 잡생각이 사라지는 편입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제게 중요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뜨개질의 좋은 점은 많이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잘못 뜬 부분이 생겼을 때 풀고 다시 뜨면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평소에 어떤 일을 실패하거나 잘못하면 전부 포기해버리고 싶어지곤해서요.
예전에는 요즘 많이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처럼 제가 하는 일이 완벽하지 않을 거 같아 시작도 전에 포기해버리곤 했습니다. 작업물의 완성본이 완벽하지 못할 거 같아지면 중간에 포기하거나요.
뜨개질을 하면서 이런 단점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잘못 뜨면 실을 풀면 되니까요. 그 과정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작업물을 고치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많이 늘었습니다. 완성한 작품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어서 그 감정을 기반으로 뜨개질이 아닌 다른 일들을 할 힘도 얻구요.
무엇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작고 큰 변화들이 생겨났습니다. 이젠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부지런한 실수주의자'가 되었어요. 이전에는 제 작업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게으른 완벽주의자였습니다. 잘못한 일이나 실수에 너무 엄격하게 자기 자신을 꾸짖었어요. 이런 생각이 과도할 때에는 입버릇으로 잘못했으니 죽어야한다고 말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떤 일도 시작하지 못하고 의욕도 생기지 않았어요.
지금은 남들이 제 실수를 지적해도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실수나 잘못에 타인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긴 하지만요.
'실수'는 내가 노력하고 시도했다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