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중앙정보국이 한국 정부에 불법 도청하고 있는 행위를 재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유성호
"미국과 동맹 관계 중요하지만, 균형 잡힌 외교 스탠스 취해야"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도청 문제는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고, 당당하게 미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2013년 '스노든 폭로' 등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적대국뿐만 아니라 한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등 다른 동맹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염탐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독일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한테 강력히 항의했고, 브라질 대통령은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김 지사는 "2015년에도 (미국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통화를 감청해서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했다"면서 "도청 문제는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고 당당하게 미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또 "외교 문제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분명한 외교의 비전과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민주주의, 인권, 기후변화, 자유무역 등과 관련해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다른 나라들이 '한국은 이제까지의 외교 원칙에 따라서 이렇게 하겠구나'라는 걸 예측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면서 "그런 원칙이 정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 안에 드는 나라이고, 이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함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며 "자주권을 가지고 방향을 분명히 세워 원칙에 따라서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이런 도청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하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중요하지만, 다른 균형 잡힌 외교의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처가) 좀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