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타고 달려요한글 배우며 혼자 그린그림
최기예4
이 학생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하신다. 어떻게든 움직이고 배우고 하신다. 저녁에 잠이 안 오면 숙제도 하고 그림을 그린다. 대부분 어르신은 암에 걸렸다고 하면 이 학생처럼 살지 않는다. 자식이 돌보지 않는다고, 찾아오지 않는다고 원망으로 사는 분들도 많은데 이 학생은 그렇지 않다.
여든아홉 연세에 식사도 혼자 해 드신다. 물론 반찬거리나 과일 등은 자식들이 가져오거나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 자식이나 이웃에게도 감사할 줄 아는, 정신건강까지 아주 건강한 학생이다. 본받고 싶은 분이다.
나는 마을 학교에서 한글 수업만 하면 지루할 것 같았다. 어떤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재미있을까 궁리했다. 생각 끝에 치매 예방에도 좋은 미술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색칠 공부를 가끔 했다. 색칠한 것을 칠판에 붙여놓고 색깔의 이름도 가르쳐 드렸다.
대부분의 학생이 파란색과 초록색, 연두색 구별을 못 하셨다. 초록색도 파란색, 연두색도 파란색, 파란색도 파란색이라고 하셨다. 색칠 공부하는 시간마다 색의 이름을 반복해 알려 드렸다. 그리고 도안을 열심히 인쇄해 지도했다. 재미있어하셨다. 팔십 평생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 본다며 좋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