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체험 첫 코스인 견갑골 스트레칭 중 눈에 담기는 풍경
이준수
숲의 초입에 둥글게 모여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산림 치유는 시작되었다. 간단하게 몸을 풀자, 몸 여기저기서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뿍뿍 뻑뻑 관절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그것이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의 내적 비명처럼 들렸다. 숲 가이드는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들 그렇다면서 우리에게 견갑골 스트레칭을 추천하였다. 컴퓨터를 자주 자용하여, 목과 어깨가 자주 뭉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동작이었다.
일명 'W 스트레칭' 스트레칭으로 불리는 견갑골 스트레칭은 양팔을 천천히 위아래로 들었다 올리며 뻣뻣한 목 주위를 풀어주는 운동이다. 승모근 일대가 당기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팔만 움직였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는 지시에 눈을 위로 향했다. 그러다 일행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소나무 우듬지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작게 조각난 하늘이 우리가 지금 숲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며 솔향이 났다. 향수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내음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떤 소나무 가지는 혹이 난 것처럼 불룩하게 부풀어 있었다. 선생님께 물으니, 아픈 사람에게 종기가 나는 것처럼 나무도 어딘가 성치 않은 곳에서 혹이 난다고 했다. 혹이 달린 가지는 나중에 저절로 떨어지게 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암 환자가 종양을 제거하듯이, 나무도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앞사람과 간격을 띄어 주세요. 서로 말을 나누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 보세요."
띠잉, 고고하게 울리는 씽잉볼 소리를 따라 숲을 걸었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나무와 꽃을 바라보게 되었다. 다람쥐 한 마리가 늦게 핀 산벚나무 줄기를 타고 올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가지가 앙상하더니, 진달래가 지는 것을 신호로 일제히 푸른 잎을 틔웠다. 가을 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파스텔톤 그러데이션으로 빛나는 봄산은 행락객이 적어 호젓한 맛이 있었다.
걷다 보니 작은 물줄기가 나왔다. 고지대에서 흘러나와 대관령 옛길 계곡으로 향하는 지류였다.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물길을 따라 자리 잡은 바위와 부딪치며 동글동글 편안한 물소리를 내었다. 띠잉, 또다시 씽잉볼이 울렸다.
"지금부터 3분 간 눈을 감아 주세요. 귀에 손을 대고 물소리를 들어 보세요."
말 잘 듣는 유치원생처럼 나는 눈을 감았다. 시야가 차단되자 볼에 닿는 바람이 한결 선명하게 느껴졌다. 손바닥을 소라고둥 모양으로 만들어 귓바퀴에 대자 물소리의 울림이 커졌다. 불면에 시달리는 밤에 듣고 싶은 그리운 소리였다.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자연의 율동 같은 것이 그 소리에 담겨있었다. 무의식 안에 영원토록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려한 숲과 산을 먼저 경험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