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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이텃밭 전경. 1권역과 2권역 중 2권역이다. ⓒ 최지선
지난 3월 말, 송파구 주말농장 솔이텃밭이 개장했다. 동생이 무작위 추첨을 통해 경작자로 선정된 이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개장하는 날 가족이 총출동했다.
방이동 솔이텃밭 현장에 막상 가보니, 도심 한복판에 축구장만한 밭이 탁 트여 있다는 게 신기했다. 텃밭 한켠에는 원두막이 있어 앉거나 짐을 둘 수 있었다. 원두막 한켠에는 책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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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이텃밭 개장날, 비료와 씨감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뒤쪽으로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원두막과 책장도 보인다. ⓒ 최지선
개장시간에 맞춰 가니 비료와 씨감자를 나눠주고 있었다. 아버지는 비료를 받자마자 바로 흙과 섞은 뒤, 땅을 고르고, 삽으로 이랑을 만들었다. 어렸을 적 해봄직한 솜씨로 순식간에 일을 척척 진행하는 아버지가 왠지 신나 보였다.
삽과 갈퀴, 조리개 등 기본적인 농기구들은 텃밭 경작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용 창고에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물은 밭 바로 옆에 위치한 파란 물탱크에서 떠오면 된다.
엄마와 언니는 근처 농원에서 파 모종, 상추 모종, 루꼴라 씨앗을 사왔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씨감자와 함께 땅에 심은 뒤 물을 흠뻑 주었다. 여기서 핵심은, 씨감자 빼고 물을 흠뻑 주는 것이다. 감자는 감자알 속 영양분과 수분으로도 충분히 싹을 틔울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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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간 가족들이 모종과 씨앗을 심은 뒤 물을 흠뻑 뿌리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렴~ ⓒ 최지선
뒤이어 송파구에서 진행하는 도시농부학교를 들었다. 인근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교육장은 준비된 의자가 다 차서 서서 들어야 할 정도로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다. 모두 솔이텃밭 경작자인 송파구민들이다.
강사 선생님 역시 10여 년차 도시농부라고 했다. 비료를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 두둑과 고랑은 어떻게 만드는지, 언제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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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이텃밭 개장날 강의 모습. 50명이 넘는 송파구 도시농부들이 진지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다. ⓒ 최지선
그날 인상깊었던 부분이 두가지인데, 한가지는 두둑, 고랑, 이랑의 차이점이었다. 밭에서 볼록 솟아있는 줄(?)이 두둑, 패인 부분이 물빠짐을 위한 고랑, 두둑과 고랑을 합쳐서 이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농사 체험을 몇 번 해본 적 있는데, 그때마다 혼동해서 썼던 거 같다.
두 번째는 아주 천천히 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조언. "농부학교에서 다 알려주기 때문에 서둘러서 진행하지 않아도 돼요. 오늘 개장일에 밭에 뭐 심어놓고 하신 분들은 이미 해본 분들이거나 옆사람 보고 그냥 하신 분들으니, 비교하지 않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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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이텃밭 연간 교육일정. 교육시간은 토요일 오전 10시. 교육을 들은 경작자에 한해서만 모종을 나눠주기도 한다. ⓒ 최지선
칠판에 붙은 커리큘럼을 보니, 초보농부인 나도 안심이 되었다. 프로그램을 준비해준 강사분들과 운영팀, 송파구청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강의 중에 앞서 감자를 잘못 심은 걸 알게 되어, 나가는 길에 고쳐 심었다. "천천히, 비교하지 않고, 잘못하면 다시 한다." 주말농장에서 배운 것이지만, 바쁘고 쫓기는 일상에서 곱씹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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