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의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언론에서는 마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천연가스 가격은 인상된 상태였다. 전쟁으로 그 위기는 더 심화됐을 뿐이니 전쟁은 빌런 후보에서 탈락!
다음 빌런 후보는 공기업 적자. 정부는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너무 커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적자를 이유로 시민들에게 요금인상을 하고, 공기업들에게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적자가 어떻게 형성이 됐는지가 더 중요하니 공기업 적자는 빌런 후보에서 보류!
그렇다면 공기업 적자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민간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고 한국가스공사가 비싼 단기계약 물량을 수입하도록 만들어서 천연가스 비용을 상승시켰다. 이는 한국가스공사의 적자폭을 늘리고 연동해 한국전력이 민자발전회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을 상승시켜 한국전력의 적자도 증가시킨다. 지난해 민자발전회사들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공기업은 민자발전회사 때문에 적자가 쌓여 울고, 시민들은 공공요금 폭등으로 울고, 유일하게 웃는 자는 민자발전회사들이다. 찾았다. 빌런은 민간 에너지재벌들이다!
버스요금 인상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버스회사들은 경영이 어렵다고 하나 서울지역 버스회사는 매년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시민의 세금으로 버스회사 성과이익과 영업이익까지 보존해주고 있다. 빌런들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내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미래의 공공요금 인상은 피할 길이 없다.
새삼 느끼는 에너지·교통의 필수적인 특성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되자 아주 자연스럽게 시민들은 전기·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음식조리를 하려면 도시가스나 전기가 필요하다. 냉방이나 난방을 하기 위해서도 도시가스와 전기가 필요하다.
냉방이나 난방은 그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인간에게 체온변화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의 한 요인이다. 실제 에너지 민영화와 에너지 요금 폭등의 결과로 매년 유럽에서 10만 명이 적절한 난방을 못 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계기로 전기·가스가 이 정도로 매일, 나의 생활에 필수적이었구나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줄일 수는 있지만 사용을 안 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버스·지하철 또한 마찬가지다. 가까운 거리는 도보, 전동킥보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점점 극심한 무더위, 극한 한파, 미세먼지 '매우나쁨'의 날들이 늘어나고 있어 도보, 전동킥보드, 자전거를 이용하기 힘든 날들도 늘어난다.
더욱이 많은 시민들이 경기도나 인천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현실에서 도보나 전동킥보드, 자전거가 버스, 지하철 대체품이 될 수 없다. 교통요금 인상 임박에 알뜰교통카드가 인터넷카페에서 열렬히 공유되고 있다. 버스, 지하철 이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