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강의번아웃 중후근을 극복한 작가, 시민기자, 사내 강사 등 다양한 부캐 활동에 관해서 기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다녀왔다.
신재호
강의 당일, 조금 일찍 도착하니 담당자분께서 대기실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에 내가 그간 쓴 책 세 권이 놓여 있었다. 참여자 중 선정해서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니 책 내지에 간단하게라도 글을 적어달라고 했다. 예정하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을 담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의미를 담아보았다.
전국으로 지점이 있는 기관이라 일부 직원은 강의장에서 듣고, 나머지는 줌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담당자의 소개 후에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까지 들렸다. 크게 한숨을 쉰 후에 준비한 PPT를 펼쳤다.
긴장도 잠시, 좋아하는 일에 관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말이 술술 나왔다. 열중하는 직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힘이 났다.
40대 초반, 번아웃증후군이 심하게 찾아와 길을 가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후부터 다른 어떤 일을 해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우연히 책을 다시 만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결국 글쓰기까지 하게 되면서 지금의 활력 넘치는 삶을 찾게 된 여정을 가감 없이 꺼내 놓았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렀고 마지막 PPT를 넘기며 마무리했다.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사회자가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직원들을 대표해서 한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5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썼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네요. 누구나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유지하기는 어렵거든요."
"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슬픈 일이 찾아오면 글에 담아 덜어내고, 또 기쁜 일이 있으면 글로써 표현하니 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계속 쓸 수밖에요. 매일 글로 하루를 정리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다가올 날에 대해 기대를 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스쳤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그걸 실행하면서 삶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직장과 가정이 전부인 중년의 평범한 아저씨였다. 쓰다 보니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마음의 지평을 넓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