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이희훈
전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 권리와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 가치는 국가경제, 산업, 국민을 비롯한 전 구성원에게 매우 중요하며 공공성을 강조한다. 오늘 에너지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국내에서 석탄발전소 대부분을 운영 중인 한국전력 및 발전회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27.1%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석탄화력의 전력 발전량 비율은 32.6%로 가장 크며, 원자력(27.8%), LNG(19.5%), 집단에너지(7.9%), 신재생(5.4%) 순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발전 비중은 현재 32.6%%에서 2030년 19.7%로 대량 축소되며, 석탄발전소 총 60기 중 30기가 34년까지 폐쇄된다.
이곳에도 노동자는 있다. 석탄발전에서 최종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는 정규직인 발전사 소속의 노동자 1만3846명이 일하고 있고 석탄이송, 오염물질처리업무, 청소·경비, 발전설비 정비분야는 외주·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8204명이 담당하고 있다. 정부 계획으론 석탄발전에서 LNG발전소 24기 신규건설을 통해 일자리 전환을 예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석탄발전소 정규직 2625명 중 1221명(46.5%), 비정규직 5310명 중 3690명(69.4%)이 대체 일자리가 없어 총 4911명 해고된다. 그리고 2050년 석탄발전은 모두 사라진다.
내가 기후 정의를 외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어떻게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발전소가 폐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 보자. 만약 당신이 탄 배가 침몰하고 있다면, 잠겨 죽을 것입니까 아니면 탈출할 것입니까? 그 배가 아무리 소중하다고 할지라도 침몰하는 배에서는 뛰어내려야만 한다.
당연한 사실이다. 발전소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발전소는 우리 발전 노동자들에게 단순히 생계 수단의 의미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청년 시절 입사해 이곳에 인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의 삶과 자부심, 땀과 눈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처한 이 상황을 더욱이 직면하고자 한다. 단순히 발전소를 지키는 게 답이 아니라면 우리는 남은 시간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의 외침은 결국 발전소는 침몰하더라도 발전 노동자만큼은 침몰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배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갈 수 있으려면, 발을 디딜 수 있는 육지가 필요하다.
2022년 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이 보장된다면 발전소 폐쇄에 74%가 찬성한다고 밝혔고 폐쇄로 인한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는 무려 79.3%이다. '발전소 폐쇄로 인한 고용보장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83%로 압도적이다.
길거리에 쓰레기만 버려도 혹시 누가 본 사람이 있나 싶어 두리번거리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당신이 환경을 망치는 악당이다'라고 지목되면 어떨까? 불안, 수치심 그리고 찾아오는 것은 절망일 것이다. 사회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땀 흘려 일하던 일터는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는 낙인과 함께 점점 고립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우리가 발전소 폐쇄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우리의 이익만을 챙기기 바쁠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는 것 아닐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도 가족이 있다.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아랫세대 말이다.
석탄 화력 발전으로 인한 피해는 발전소에서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이미 본 적이 있다. 김 양식이 망하는 모습, 미세먼지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점점 그 수가 증가하는 암 환자까지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더라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은 아마 10명 중 10명일 테다.
발전 노동자들은 준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아니 오히려 에너지 정책에는 상식과 정의, 공정이 없으며 매우 폭력적이다. 정부는 마치 레고 블록을 끼워 맞추듯 여기 있는 노동자들을 저기로 옮기면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재취업 알선, 재교육을 해주겠다는 등 국가정책의 피해자인 동시에 국민을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