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엘리베이터
이혁진
통원치료 차 지하철을 이용하면 내가 할 일은 아내가 탈 엘리베이터부터 찾는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찾기 힘들면 아내는 계단 오를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이제는 역마다 엘리베이터 위치를 어느 정도 꿰고 있을 정도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느낀 게 한둘이 아니다. 거들떠보지 않던 엘리베이터에 노인들과 장애인들만 타는 게 아니었다. 노인 축에도 못끼는 아내 같은 환자와 많은 교통약자들이 타고 있었다. 캐리어를 끄는 젊은이와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살펴보니 엘리베이터 이용객들은 나름대로 순서가 있고 서로 입장을 배려하고 있었다. 누가 타던 공간을 내어주고 탈 수 있도록 양보했다. 이에 맞춰 엘리베이터 문도 천천히 작동하고 있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겪었다. 아내가 허리 통증이 심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가는데 한 노인으로부터 "왜 노약자석에 있느냐, 자리를 양보하라"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아내는 아무리 아프고 불편해도 노약자석에 앉지 않는다. 노약자석은 노인들 전용석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