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파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소를 만났다.
Widerstand
산치 스투파가 있는 언덕 뒤편으로는 전원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제국의 화려한 풍경은 없습니다. 스투파 주변에는 원래 여러 스님들이 수행하던 승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승원들도 이제는 무너져 기단만이 남았습니다. 기단만 남은 승원 터는 이제 원숭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투파는 남았습니다. 2천년이 넘게 그 자리에 서서 남았습니다. 이 탑을 세우라 말한 왕도 이제는 없습니다. 벽돌을 올렸을 석공도 이제는 이름조차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탑만은 남아 여행자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승원은 이제 없지만, 수행하던 승려들의 마음만은 남았습니다.
무불상 시대에 대해 처음 배웠을 때가 기억납니다. 교수님이 보여주신 슬라이드로 산치 스투파를 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의 뛰어난 조각 능력을 가지고, 대체 불상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도 있겠죠. 표현되지 않았을 뿐, 그곳에 있다는 걸 모두가 알 수 있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꼭 불상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들이 이 탑을 세웠을 마음도 표현되지 않은 불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마음도 어디에도 표현되지 않았지만, 어디에나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겠죠.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탑의 벽돌 하나하나에 아마 영영 지워지지 않고 남을 수 있겠죠.
산치의 모습은 스투파가 세워졌을 2천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넓게 펼쳐진 논밭과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소 몇 마리. 하지만 그 풍경은 별로 황량해 보이지 않습니다. 높은 건물처럼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아도, 영원히 남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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