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특별법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10.29진실버스’ 전국순회 출발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유가족 협의회는 1월 26일 야당과의 간담회에서 독립조사기구 구성과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10.29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독립적 조사 기구의 필요성을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서는 잘못한 개인을 지목하여 조직에서 퇴출하는 것을 넘어, 조직 문화를 진단하고, 시스템 작동 관행을 들여다보고, 과거의 어떤 선택과 학습이 현재의 문제로 이어졌는지 살펴야 한다.
둘째, 공동의 재난 서사를 사회에 남겨야 한다.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재난의 핵심적 원인과 재발 방지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관된 서사가 없다. 사람은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이야기'를 기억한다.
건설적인 재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참사의 위험을 키워왔는지, 참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서 어떤 시스템이 멈췄거나 잘못 작동했는지 종합적인 하나의 서사를 제시해야 한다. 공적으로 승인된 서사는 공통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대로 된 애도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셋째,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희생자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최대한 복원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유족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생존자들 또한 자신이 겪은 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공적으로 인정받아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고 살아갈 수 있다.
독립된 조사기구가 설치되어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회시스템을 점검하고 작동이 안 된 국가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
특별법 제정,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
한국에서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의 원인은 명백하다. 사회의 안전 및 생명 보호 시스템 붕괴, 아니 구축조차 못 한 것이 그 원인이다. 한국은 1993년 3월 28일 구포역 전북 사고 이후 건설 현장의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해 책임감리제도를 강화했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설물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한 입법 조치는 후퇴하고 있다. 턱없이 낮은 사망시 산재 보상금과 사업장의 중대재해에 대한 발주기업의 책임 소재 약화(중대재해처벌법 5인 이하 사업장 제외, 3년 유예 설정 등)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럼에도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 조사위원들의 입장과 태도, 구속 전 피의자 심사에서 지자체의 책임을 부인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모습 등은, 이들이 자발적으로는 안전과 생명을 위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