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은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인터뷰어 양지혜 비서관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서울시의 협박은 공권력을 동반하죠"
- 노서영 : 지난 3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서울광장 분향소의 종료시점을 4월 초로 정해 언론을 통해 제안했는데요. 녹사평역 지하 4층보다는 진전된 내용의 안이라고 하지만, 그 안을 내밀며 계속 분향소 철거를 압박했습니다.
"'기억'은 다음 참사를 막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억해서 잊지 않아야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시청 앞 분향소에서 저희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159명의 아름다운 사진을 매일같이 닦는 것밖에 없어요.
분향소 천장은 바람에 날아갈까 비가 샐까 케이블타이로 꽝꽝 묶어놨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볼품없는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수차례 계고장을 보냈죠. 참사 다음날 눈물 흘리며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유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요.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닦는 걸 봤는데요. 그걸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녹사평역에 있을 땐 '신자유연대'한테 공격을 많이 당했어요. 근데 신자유연대가 '빵칼' 같은 존재라면 시청 앞에 온 후로 서울시의 협박은 '식칼' 같았습니다. 신자유연대는 철거하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저희 유가족들의 마음을 해치는 공격을 했죠.
그런데 시청에 와보니 계고장이 날아오고 경찰 수백 명이 둘러싸고 가벽이 설치되고 몸싸움이 일어나요. 서울시의 협박은 공권력을 동반하죠. 우리가 불법으로 천막을 쳤다며 법 조항을 들어가며 엄포를 놓아요. 제가 혐오발언을 듣고 8일간 못 일어나다가 어쨌든 다시 일어났는데, 서울시가 하는 언론플레이는 변호사를 대동해 맞대응을 해야 하는, 식칼 같은 위협인 거예요.
혹자는 최근 서울시가 제안한 '코오롱빌딩 1층'이 전보다 나은 제안이라고 해요. 하지만 그 뒤에는 4월 1일부터 5일까지라는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칼이 숨어 있었잖아요. 저희가 시청 앞에 온 지 (인터뷰일 기준) 한 달 조금 넘었어요. 더 많은 시민과 만나서 이태원 참사를 더 알려야죠."
- 노서영 : 분향소 지킴이 프로그램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글을 써주세요. 바른 말을 해주세요. 매일 저녁 7시, 토요일에는 6시 반에 하는 추모문화제에 오셔서, 우리 앞에서 쓰신 글을 읽어 주세요. 잘못한 자들에게 따끔하게 글로 질타해주세요. 시를 썼다면 시를, 노래가 있다면 노래를 불러주세요. 그것이 저희들을 도와주시는 가장 큰 힘입니다.
또 기자 여러분께도 부탁하고 싶어요. 분향소 앞에 정말 많은 기자들이 있는데 보도가 안 나와요. 기자라는 직업을 왜 선택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세요.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통령에게도 당당하게 잘못된 점을 말하는 기자들이 많기를, 힘없는 유가족들을 위해 바른 말을 하는 기자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평범한 엄마가 꿈꾸는 추모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