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 구이 닭다리를 북채, 닭다리살을 정육이라 하는걸 아가씨 시절엔 알지 못했다. 이건 닭다리 북채.
한제원
아이를 낳기 전 닭고기를 먹으면 신랑은 껍질을 벗겨 나에게 주고, 나는 살을 발라 신랑에게 주는 사이좋은 부부였는데 아이를 낳고 달라졌다. 나와 아이가 선호하는 부위가 겹쳐 껍질을 아이에게 양보하는 일이 종종 생겨버렸다. 건강에 좋진 않다지만, 가끔 먹는 닭껍질 정도야 맛으로, 재미로, 기쁨으로, 추억으로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한국의 음식은 프라이드 치킨 말고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던 매운 맛의 지뢰밭이다. 분식집 우동도, 길거리 꼬치어묵도, 칼국수도, 된장국도, 볶음밥, 볶음 국수도 아는 집 아니고서는 선뜻 사 먹기가 어렵다. 청양고추의 칼칼함과 고추 기름의 향미를 그동안 어떻게 기본 감칠맛으로 삼고 살아왔는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프라이드 유감'으로 시작된 엄마표 치킨이지만 아이들이 잘 먹고, 보다 건강하게, 푸짐하게, 무엇보다 언제나 안 맵게 먹을 수 있어서 나는 기꺼이 닭다리살을 요리한다. 아무리 배달 치킨이 맛있어도 자주 먹긴 부담되고 질린다. 엄마표 치킨을 먹으니 더 가끔씩만 먹을 수 있게 된 배달 치킨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덤으로 얻는 행복이라 하겠다.
반반 치킨을 시켜 양념치킨까지 먹는 날은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오븐에서 갓 꺼낸 닭고기 냄새, 버터의 풍미가 더해진 그 냄새를 맡으면 또 집에서 해 먹을 수 있어 행복하기도 하다. 이래서 치느님, 치느님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