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천변에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안현주
일선 경찰관들의 음주 비위가 도를 넘고 있다.
음주운전이 적발되자 동료들에게 생떼를 쓰는 경찰관. 음주 사고 후 차를 버리고 잠적해 음주운전 혐의를 벗은 경찰관. 음주운전으로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시민의 신고로 붙잡힌 경찰관. 음주 이후 경찰서로 복귀해 시간외 근무수당을 챙기려한 경찰관까지.
최근 광주광역시경찰청과 전라남도경찰청이 외부에 알려질까봐 쉬쉬해온 사건들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싸는 온정주의에 빠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9일,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광산경찰서 소속 A 경위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 경위는 전날 오후 9시25분께 남구 진월교차로 인근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차량을 운행하던 중 교통표지판을 들이받은 혐의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0.153%로 면허 취소 수치가 나왔다. A 경위는 음주운전 적발 이후에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티면서 채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광산경찰서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잠적한 광주경찰청 소속 B 경위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했다. B 경위는 지난달 3일 새벽 1시40분께 광산구 선운교차로 인근 도로에서 교통시설물을 들이받은 뒤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 혐의다.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
사고를 접수한 광산서는 차적 조회와 행적 수사를 벌여 같은 날 오후 3시20분께 병원에 입원해 있던 B 경위를 붙잡아 혈중알코올농도 호흡 측정을 했으나 감지되지 않았다.
이에 B 경위의 소변 시료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고, 사고 전 행적을 수사해 B 경위가 1·2차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는 CCTV 영상도 확보했다. 3차로 이어진 주점에 출입한 사실도 확인했으나 독립적인 공간 구조 탓에 음주 장면은 확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B 경위의 잠적은 성공(?)적이었다.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적발되지 않은 것이다. 수사팀은 최근 국과수로부터 B 경위의 채내 에틸알코올농도가 0.01% 미만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통보 받고 위드마크(음주 후 혈액 속의 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방법) 공식을 적용했으나 음주운전 적발 수치(0.03%)에는 미치지 않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사고 후 14시간여가 지난 시점에서 많은 양의 수분 섭취 등 영향으로 체내 알코올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어서 정확한 측정의 한계가 있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이야기다.
임용환 광주경찰청장은 지난해 9월 피의자 도주, 근무지 이탈, 간부 갑질, 자전거 절도 등 소속 경찰관들의 의무위반 사건이 연달아 터지자 서한문을 통해 '예방과 책임감'을 강조했으나 반년 만에 다시 체면을 구겼다.
광주경찰청은 B 경위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수위를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