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담임선생님은 20~30명의 아이들을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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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전개되는 상담 속에서 선생님의 아이의 건강상의 특이점이 있는지 물으셨고, 나와 아이의 상황에 대해 따뜻하게 위로해 주셨다. 이때부터였다. 나는 내 이야기보다는 담임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을 더 귀담아듣게 된 것은.
선생님의 응원과 위로가 10분이란 짧은 상담 시간으로 굳어진 내 마음을 스르르 녹여주신 것이다. 선생님이 상담 도입부에 하셨던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했던 그 말씀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학기 초 담임선생님은 20~30명의 아이들을 보살핀다. 더구나 초등학교 1학년은 막 유치원에서 올라온 아이들이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칠게 많아도 너무 많다.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아이들을 돌보시며 교실 내 질서를 하나 하나 만들어가는 중인 거다. 그래서 아직은 아이 한 명 한 명 세세히 들여다보고 부모님들께 피드백 해주실 여유까지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성격적 특성을 말씀드리고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을 매우 즐거워하며 이게 다 선생님 덕분이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전화기를 더 붙들고 싶었지만 어느새 2시 10분이 다 되어 갔다. 나는 통화를 마치기 전에 꼭 묻고 싶은 질문 한 가지를 했다.
"선생님!!!! 그런데 제가 아이의 학교 적응을 위해 집에서 도울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은 나는 아이의 교우 관계에 대한 걱정이 크다. 5살 때 이사를 오면서부터 새로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근 1년간 아이는 유치원에서 겉돌았다. 날이면 날마다 등원을 거부하고 주말이면 유치원이 싫다는 말을 입이 닳도록 했던 아이다. 친구들과 관계맺기를 어려워하는 딸을 지켜보는 엄마인 내 마음은 점점 시커매지는 날이 많았다.
이 걱정은 학교를 가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내내 가시질 않았다. 오늘은 누구랑 이야기를 했는지, 어떤 친구와 쉬는 시간을 보냈는지, 친구를 사귈 수는 있겠는지 매일 매일 아이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애둘러 물어봤다. 그래서 더 선생님께 묻고 싶었고 선생님을 통해 아이의 교실 내 모습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내 말을 들으시고 나서 답을 주셨다.
"어머니 지금은 아이의 교우 관계가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학습에 신경 쓸 때도 아닙니다. 오로지 건강하게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아프지 않도록 저녁시간 그리고 주말에는 푹 쉬게 해 주세요. 3월 말, 4월 초가 되면 아이들 다 한 번씩은 꼭 아프더라고요. 제가 밤에 일찍 자야 하고 푹 자라고 했다는 말씀도 전해주시면서 아이가 다음 날 건강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