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말이죠.
Andrew Moca
이전까지는 세상에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홀로 꿋꿋이 살아가는 게 올바른 일이고 어른스러운 거라고 믿었습니다. 우울증이 있다 해도 남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고 오로지 나의 의지로만 해결해야 한다고 여겼죠. 그런 마음을 가졌으니 우울증이 심각해져서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찾아가도 오래 지나지 않아 치료를 관두곤 했습니다.
조현병적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그런 마음에 균열이 갔습니다. 부모님과 의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자 처음에는 기분이 몹시 나빴어요. 제 정신 건강 상태에 따라 제 결정권의 일부가 타인에게 주어지고,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제대로 생활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답답하면서 제 능력이 이것밖에 되질 않나 절망감도 들었습니다.
초반에는 이런 불쾌한 기분의 원인을 정신질환 탓으로 돌렸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저 자신과 제 정신질환만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타인을 향해, 바깥을 향해 마음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
방향이 바뀌면서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고 힘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강을 많이 잃은 지금도 그렇지만 이전부터 타인에게 많은 것들을 빚지며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동시에 어쩌면 내가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했던 게 헛된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서서히 제 평소 마음가짐과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었어요. 타인에게 더 쉽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서서 타인을 돕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예전보다 조금 더 타인에게 친절하자고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덜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