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꺼야 내가 할 거야.
한제원
아이들은 나와는 다른 식생활, 식문화를 즐기며 살고 있다. 내가 어릴 땐 구경도 못 해봤던 식재료를 흔히 접하기도 하고 외식으로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하던 메뉴들을 일상으로 접하기도 한다. 집밥도 많이 변했다. 집집마다 다른 장 맛으로, 엄마 손 맛으로 먹던 반찬이 시중 소스의 맛으로 획일화되더니 이젠 밀키트로 상향 평준화됐다.
수입 소스의 대중화와 유튜브에 넘처나는 정보들로 다양성까지 잡았다. 집에서, 밖에서 이탈리아의 맛, 중국의 맛, 일본의 맛을 접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가 않다. 얼마큼 로컬인지, 어느 정도 현지화되었는지 그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뿐이다. 북경 어학연수를 마치며 '한국 가면 이 중국 음식들을 못 먹어서 어쩌냐'며 칭다오 맥주에 마라 훠궈, 양꼬치를 먹으며 슬퍼했는데 지금은 양꼬치에 칭다오를 즐기기 쉽고, 마라탕은 배달음식으로도 먹을 수 있다.
가끔씩 한국식 된장찌개 대신에 돈지루를 끓인다. 일본식 미소 된장찌개이다. 삼겹살에 각종 채소들을 썰어 넣어 미소된장에 끓인 찌개와 조림 사이의 음식인데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먹을 수 있고 고기도 부드럽고 국물도 진해 아이들이 잘 먹는다.
한국의 된장찌개는 칼칼해야 제 맛이라 아이들과 칼칼함을 빼고 먹기엔 언제나 2% 아쉬웠는데 돈지루를 먹을 땐 그런 아쉬움이 없는 것이 좋다. 정통 일본 요리랑은 얼마큼 차이가 있을 진 모르겠지만 애들도, 나도, 신랑도 잘 먹으니 가끔씩 돈지루도 괜찮다.
앤쵸비를 구매해 앤쵸비 파스타를 만들기도 한다. 멸치와 비슷한 정어리를 갖다가 파스타를 먹다니, 멸치볶음이나 멸치 육수로 낸 국수만 먹고 자란 나로서는 신박한 요리이지만 아이들에겐 오일파스타의 한 종류로 그냥 익숙하게 먹는다. 이탈리아 정통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다양한 음식을 접하며 집 밥 먹는 재미를 높인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먹는다"는 행위의 목적이며 모습이 내가 어릴 때 와는 또 달라진 것 같다. 그냥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재미, 문화를 찾는 모습은 무척 반갑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먹는 행위 그 자체, 대식, 더 큰 포만, 자극만을 추구하는 콘텐츠는 조금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콘텐츠의 결과로는 더 큰 자극을 추구하여 건강을 해치거나, 허탈함, 자괴감이 남을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밥을 국에 말아 훌훌 먹는 남편과 함께 산다. 왜 그렇게 빨리 먹느냐는 물음에 밖에서보다 훨씬 천천히 먹는 거라 대답을 하는 그를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이 사람은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음식을 그냥 몸에 넣고 있구나. 보통은 국밥, 짬뽕밥 종류를 먹는 것 같고 나이가 드니 국밥 맛을 알겠다고도 한다.
음식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