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설악산국립공원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립공원 케이블카 노선길 완화가 불러 일으킨 재앙
적어도 국가가 아닌,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원하는 규제완화가 지금 국립공원에 개발이라는 재앙을 불러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2008년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이 시행되며 국립공원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 개발 계획이 물밀 듯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발의 물결을 타고 2010년 국립공원 케이블카(삭도) 길이 제한을 2km에서 5km로 확대하면서 대부분 산의 저지대(하부)에서 정상부까지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결정되면서 산악관광을 위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2014년~2015년 환경부는 비밀 태스크포스(TF)까지 설치해가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위해 힘썼다. 이 사실은 2018년 국정농단 적폐청산 과정에서 환경부장관 직속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로 밝혀졌다.
비밀 태스크포스 작업의 결과로 2015년 7개 부대조건*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조건부 동의'됐다(*7개 부대조건: ①산양추가조사 ②식물보호대책 ③탐방로연계차단 ④안전대책보완 ⑤사후관리시스템마련 ⑥환경관리기금조성 ⑦국립공원공단 공동운영관리).
2019년 환경부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동의'했다. 환경부의 '부동의'는 사업 백지화와 같은 말이다. 하지만, 분명 2019년 백지화된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2023년 어떻게 '조건부 협의'가 될 수 있었을까?
행정심판 제도가 극적인 역할을 했다. '행정심판'은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구제 절차 중 하나다. 다른 제도와 크게 다른 점은 행정심판의 판결은 즉시 적용되며, 재결, 불복 또는 항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양군은 2017년 '문화재현상변경허가 거부 처분 취소(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 거부가 부당하다는 취지)', 2019년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요구 처분 취소(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이 이행 불가능한 요구이므로 재보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를 청구했다. 두 건 모두 양양군의 청구가 받아들여졌고, 양양군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202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확약서'라는 문서가 등장한다. 이 문서는 법률 및 제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문서로 2022년 6월 원주지방환경청-강원도-양양군이 3자간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작성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확약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다. 환경부가 직접 법률해석을 받아 '사적계약'임이 확인됐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2022년 12월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확약서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노선 길이가 여전히 2km였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까?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