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크리에이터 워크숍 중인 오수훈 대표크리에이터 워크숍은 창작자에게 인쇄 제품 제작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수업으로, 오수훈 대표는 이 수업에서 강사를 맡아 청년 창작자들을 도왔다.
최대혁
고객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하더라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은 늘 선택과 타협의 연속이다. 기본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가성비의 지름길만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의 고객 중엔 인쇄에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많아, 오히려 마치 인쇄 수업인 양 인쇄 과정에 대한 이론과 설명을 함께 제시한다고 한다.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거든요. 인쇄는 생산 환경과 디자인에 따라 순발력 있게 응용하는 게 핵심이잖아요. 원리 이해가 안 되면 응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원리를 가르쳐 드리면 되레 필요했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단순히 인쇄된 결과물로 가지고 논의하다 보니까 그 과정이 많이 생략돼 있어요."
오수훈 대표는 현재 서울인쇄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워크숍의 강사를 겸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워크숍은 아이디어를 가진 참여자들에게 기술 컨설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현하도록 돕는 워크숍이다. 그의 인쇄사에서 하던 일을 본격적으로 강의실로 가져온 셈인데, 말 그대로 '분초를 쪼개' 일해야 유지되는 인쇄소 대표로서 창작자들을 돕는 이유를 물었다.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인쇄에 대한 기본 원리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인쇄 분야 취업을 위한 과정도 있긴 한데, 또 그분들은 디자인을 잘 모르시다 보니까 연계가 실제로는 될 수가 없어요. 디자인과 기술의 간극이 아직도 저는 크다고 봅니다. 크리에이터 워크숍은 그거를 정말 많이 좁혀줄 수 있는 좋은 교육 과정이라고 봅니다."
자체 생산 시스템을 이용한 서비스 개선까지
과거 많은 '기획사'들이 생산 설비를 갖추지 않았던 데 비해 오수훈 대표는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소량 인쇄 물량을 자체 소화하고 발 빠른 시제품 제작으로 개발 주기를 단축한다는 장점이 있는데,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자체 설비를 이용해 기존 생산 시스템이 갖고 있던 난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가령 디자이너가 의도한 색과 최종 인쇄된 색을 일치시키는 '색 관리'의 문제는 인쇄업계의 숙원이나 감리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는데, 오수훈 대표는 자체 보유한 인쇄기로 색 견본책를 만들어 일정 부분 이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이 견본책을 기준으로 작업한다면 최소한 오수훈 대표의 인쇄소에서 제작하는 인쇄물들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대량 유통 시장과 별개로 대면 서비스 시장 가능성 있어
디자이너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컨설팅하는 그의 방식은 언뜻 생각하면 트랜드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템플릿을 통해 수요자가 직접 편집부터 주문까지 진행되는 소위 '웹 to 프린트' 시대에 대면을 통해 상담하고, 원리까지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고, 자잘한 요구사항을 세세히 다루는 것은 지속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일까?
"(온라인 편집, 주문 방식은) 그런 시장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에서 내 사진에 옷을 입혀보고 옷을 구입하고 그런 서비스도 있잖아요. 수요가 많은 시장이라면 그렇게 할 만해요. 그러나 저희처럼 정말 100% 면담을 해야 하는 일들은 그것대로 필요하죠. 저는 시장이 다르다고 보는 거예요."
장인의 설 자리 제시한 인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