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텔란 I '우리1' 나무, 유리섬유, 폴리우레탄 고무, 천, 옷, 신발, 78.5×151×80cm 2010
김형순
그럼 이번 주제인 '우리(We)'가 붙은 작품을 보자. 그는 서양미술사 대가를 오마주한 작품이 많은데 위 작품도 그렇다. 동성애 퍼포먼스로 알려진 영국 듀엣 예술가 길버트 앤 조지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이다. 그는 이렇듯 당대 논쟁거리를 작품에 끌어들인다(
아래 슬라이드 참고).
이 작품을 보고 있는데 천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북 치는 소리'(
아래1)가 들린다.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음 같다. 우리는 지금 정말 철학자 한병철 말처럼 자신을 착취하며 '피곤사회'를 살아가는 건가 싶다. 또 G. 그라스의 유명 소설 <양철북>도 떠올랐다.
이번엔 힘겹게 일하는 사람의 '발'(
아래2) 사진을 보자. 제목이 '아버지' 트럭 기사로 고단하게 살았던 아버지의 발이다. 그에게 이런 가난은 오히려 예술의 소재가 될 뿐이다. 현대미술은 뭘 그리는 게 아니라 일상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번엔 어처구니없게도 '냉장고에 갇혀 사는 여자'(
아래3)가 등장한다. 청소부였던 작가의 어머니를 패러디 한 것이다. 그녀에게는 일에 갇혀 사는 게 더 편했나. 관객들 이를 보고 당황하다가 "그런데 저게 바로 우리 아닌가?"라는 질문도 자신들에게 던지게 된다.
한국을 쟁점으로 한 전시 같아
이번에 작가가 그럴 리는 없지만, 한국 사회를 쟁점으로 한 전시 같다. 우선 우리의 '입시 지옥'(
아래4)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보이고, 요즘 쟁점인 '주 69시간노동'(
아래5)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도 보인다.
그리고 전시장 입구와 로비에 설치된 '노숙자'(
아래6)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밀랍인형인데 진짜 사람인 줄 알았다. 제목도 '동훈과 준호'이라는 한국 이름을 붙였다. 백남준은 "예술이란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의 작품을 보니 정말 그렇다. 또 그는 기존개념을 뒤엎으며 반예술(Anti-Art)을 한 마르셀 뒤샹도 많이 닮았다.
영미문화 비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