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란다 대승원
Widerstand
제가 날란다 대승원에 들른 것 역시, 인도 불교의 전성기와 최후를 함께한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장엄한 유적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제는 무너진 벽과 토대만 남아 있지만, 그 규모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날란다 대승원을 보고는 바로 인근에 있는 도시인 라즈기르(Rajgir)에 잠시 들렀다 파트나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라즈기르는 최초의 불교 사원인 죽림정사가 있었던 땅으로, 불교의 8대 성지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날란다에서는 라즈기르로 향하는 합승 지프가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 안은 물론 위에까지 사람이 가득 탄 지프를 탈 수는 없겠더군요. 어쩔 수 없이 값은 좀 나가겠지만 오토릭샤를 불러 움직이려는 찰나, 저쪽에서 저처럼 오토릭샤를 찾고 있는 스님 두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않는 저인데도, 순간 말을 붙였습니다. 역시나 라즈기르로 향한다는 스님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오신 분들이셨습니다. 함께 가시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저와 스님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곧 지나가던 차 한 대에 함께 올라탔습니다.
스님들의 목적지는 라즈기르의 방글라데시 사원이었습니다. 보드가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해 두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스님들은 저에게 절의 숙소를 내어 주시려 했지만, 저는 이미 파트나의 숙소에 짐을 풀어둔 터라 사양했습니다. 사원의 불상 앞에 잠시 앉아 있다 나오면서도 그게 못내 아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