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책을 기획하고 쓰느라 거의 2년여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여성의 삶'을 큰 주제로 두고 3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도 살아온 생의 결도 제각각인 세 사람이 마음을 다해 고군분투 중이다. 처음 기획했을 때만 해도 한 일 년이면 모든 것이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래도 책을 한 권 이상은 내 본 사람들이라 글 쓰기 근육이 제법 단단하게 붙어 있기에 세 사람의 공력이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가도 싶었다. 근데 웬걸, 수정과 교정을 거치는 회의의 연속이다. 육신이 지치고 마음이 답답할 때 먹는 한 끼의 밥 사실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극 'J'의 성향을 지닌 나라서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지난 겨울 과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올봄엔 새 책을 주변에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도 여즉이다. 슬금슬금 육신은 지치고 마음이 답답해진 게 며칠째다. 가뜩이나 입맛이 없어 어떻게든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무한 애를 쓰는 중, 이런 일까지 겹치니 입안이 온통 까끌까끌하다. 그래도 회의가 있는 날이면 으레 셋이 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지라 무엇이든 먹게 되니 1식을 내 손으로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에서 잠시 해방이 되는 기쁨이 있다. 거의 2년여를 함께 쓰고 봐오는 시간을 동행했으니 함께 나눈 점심의 횟수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어느 날은 도시락을 시켜 먹기도 하고 또 다른 어느 하루엔 오후 햇살을 받으며 가까운 식당으로 나들이 겸 점심식사를 하고 오기도 했다. 막바지에 와 있는 내 원고의 마지막 수정본을 함께 본 날이었다. 생각보다 회의가 빨리 끝나니 점심 메뉴가 또 걱정이었다. 매일 먹는 밥인데도, 매번 "뭘 먹지?"라는 걱정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는 사람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숙명일까. 스마트폰 앱 속에도, 문만 나서면 만나게 되는 식당들에도 메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도 우리는 한참을 또 고민해야 했다. "선생님, 저번에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못 간 집 생각나시죠." J가 입을 뗀다. "거기가 어디더라?"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본다. "왜, 거기 있잖아요. '갑오징어 볶음' 하는 맛집이라고 했던 곳이요." 게 중 젊은 D가 정확한 위치까지 끄집어낸다. "아... 거기, 그래요 거기로 가요." 셋의 입맛이 다르고 거기에다 선호하는 음식도 분명 제각각일 테지만 그동안 우리는 웬만하면 메뉴를 정함에 있어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셋 다 자신의 주장을 안으로 품는 내향성이기도 하려니와, 뭘 먹든 함께 나누는 점심 한 끼가 지니는 가치를 메뉴보다 더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세대를 살아왔음에도 생각과 마음을 관통하는 글쓰기로 삶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끈끈함이 우리들의 점심에는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보다 맛있는 갑오징어 볶음 갑오징어 볶음은 예상했던 것보다 맵고, 또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보통의 오징어보다 두툼한 몸통을 지닌 갑오징어의 쫄깃한 식감만으로도 비실했던 봄날의 미각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야말로 눈이 일시에 뜨이는 기분이 든 것은 덤일 테다.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물질인 타우린이 풍부하다는 설명을 굳이 들지 않아도 밥공기의 반을 비웠을 즈음 내내 갑갑했던 마음의 한쪽 문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면 너무 과한 것일까. 이날의 점심엔 너무 이른 브레이크 타임으로 인한 주인장의 재촉이 유일한 흠이었다면 흠이었을 것이다. 비록 느긋하게 오래도록 즐긴 점심식사는 아니었지만 갑오징어 볶음의 맵고 알싸한 맛 덕분에 거듭된 회의로 처진 어깨가 나란히 올라가는 환희를 맛보았다. 소식을 지속 하다 보면 맵거나 짠 음식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자극적인 향신료를 쓴 것들도 물론이다. 그렇다고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들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가끔 이렇게 단숨에 눈이 확 뜨일 정도로 매운 음식들로 지친 몸과 맘에 위로와 힘을 얻곤 하니까. 책이 잘 마무리돼 세상에 나오게 되는 날, 아마 이 날의 '갑오징어 볶음'이 돌연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여차하면 봄바람에 날려 갈 것 같던 휘청거림 혹은 갑갑함이 감지 돼 스스로도 놀랐던 하루, 힘찬 기운으로 내장을 먼저 데워주고 종래는 마음까지 채워주던 한 끼의 식사였기에 말이다. 큰사진보기 ▲칼칼한 갑오징어 볶음김혜원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함께 게재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갑오징어볶음 #소식좌 #1일1식 #점심메뉴 추천7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혜원 (hansong95) 내방 구독하기 라디오 음악방송작가로 오랜시간 글을 썼습니다.방송글을 모아 독립출간 했고, 아포리즘과 시, 음악,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에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국민가요 '아파트', 이토록 섬찟할 수가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마음이 '갑갑'할 땐 갑오징어 볶음을 먹는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