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명낭화도김홍도,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묵, 41.7x48cm, 간송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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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창명낭화도>이다. '창명'은 '넓고 큰 바다'를, '낭화(浪花)'는 '큰 파도가 부딪쳐 하얗게 일어나는 물방울'을 뜻한다. 다만 그림의 제목에 쓰인 낭화(浪華)는 한자가 조금 다르다. 낭(浪)은 '물결, 파도'를 화(華)는 '빛나다, 찬란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창명낭화'에 대해서는 '시커먼 노도(무섭게 밀려오는 큰 파도)가 뿜어내는 낭화의 격정을 묘사했다'고 설명한다. 거센 바람으로 인한 파도, 그리고 그로 인한 물꽃(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물결)까지 수묵만으로 이렇게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는 것이 놀랍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흉포하게 몰아치는 파랑, 즉 파도 역시 대부분 바람이 만든다.
방풍이 막아주는 풍(風)
이란?
'풍'이라 하면 보통 '중풍'을 떠올린다. 중풍(中風)은 '풍에 맞다, 적중하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뇌경색·뇌출혈 같은 뇌졸중을 의미한다. 이때, 뇌졸중을 뇌졸증으로 병명을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증상이나 증세를 뜻하는 '증(症)'이 아니라 '중(中)'이 옳은 표현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풍은 중풍이라는 질병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육음(풍(風; 바람), 한(寒; 추위), 서(暑; 더위), 습(濕; 습기), 조(燥; 건조), 화(火; 불)) 중 하나일 때의 풍사(風邪)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의 특성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람은 유동성이 있고 잘 변한다. 풍사로 인해 병이 생길 경우, 인체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병이 진행되는 경과가 빠른 편이다.
또한 풍사는 추위(한 寒)나 더위(서 暑), 습기(습 濕)와 건조함(조 燥) 등 육음의 다른 사기에 비해 몸에 쉽게 침입한다. 풍한사, 풍습사 등 다른 사기와 결합하여 몸에 침입하는 경우도 많다. 춥기만 할 때보다 바람이 같이 불 때 우리는 훨씬 추위를 느끼고 몸을 상하기 쉬운 것처럼 말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의학에서 풍사는 밖에서 들어오는 병의 원인 육음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풍사는 모든 병의 우두머리(風爲百病之長; 풍위백병지장)'이며,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