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맹점을 대입에 활용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학교를 옮기는 데에 1~2년의 학창 시절을 기꺼이 할애한다. 외견상 자퇴와 복학의 절차를 활용해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에 적용되는 근거리 기준 임의 배정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셈이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중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들에게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교를 5지망까지 적도록 하고 있다. 그중의 한 곳으로 배정되는데, 거주지 주변의 학교 수와 등하교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면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학교의 정원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자퇴한 최상위권 아이들이 복학하기를 바라는 곳은 대입 실적에 애면글면하지 않고 교육과정을 '원칙적으로' 운영하는 국공립 학교나 성적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평가받는 변두리 학교다.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최상위권 진입이 쉬운 곳들이다. 그들의 목표는 전 과목 내신 성적 1등급이다.
그들 말마따나, 내신 성적이 1점대 중반이면 수도권은커녕 지방 사립대의 의치대 진학도 불가능하다. '의치대는 1.1, 한의대와 약대는 1.3이 마지노선'이라는 게 아이들 사이에서의 불문율이다. 수시 전형을 통해 '의치한약'에 진학하려면 학교의 모든 시험을 수능처럼 임해야 한다. 그들은 단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면 회복 불가능하다고 선선히 말한다.
정시 전형, 곧 수능으로 진학하는 건 훨씬 더 어렵다. '의치한약'을 희망하는 아이들은 나날이 느는데 대학의 정원이 한정되어 있어 극심한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심지어 '정시는 기본이 5수'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의치한약' 합격증을 '절대 반지'로 여긴다.
결국 확률상 수시 전형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다. 그들에겐 고등학교에서의 첫 학기, 첫 시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2점대 언저리면 진로를 바꿔 'SKY'로 목표를 삼지만, 1점대 중반인 경우라면 누구든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들에겐 1점대 중반은 '어중간한' 등급이다.
학교 교육의 근간이 뒤흔들린다
학창 시절을 '판돈'처럼 내건 그들의 '도박'을 제어할 힘이 학교엔 없다. 교육청조차 관련 규정이 없다며 손 놓은 상황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들에게 자퇴와 복학 절차를 안내하는 것뿐이다. 교육과정 운운하며 어쭙잖게 설득하려 했다간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핀잔만 듣게 될 것이다.
물론, 1년을 투자해 후배들과 경쟁한다 해도 내신 성적 1등급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심지어 다시 자퇴한 뒤 다른 학교로 복학해 고1 생활을 반복하는 사례도 있다. 요즘엔 오로지 내신 등급을 위해 서울에서 '만만한' 지방의 학교로 전학하는 경우마저 있다.
이런 '기회비용'을 해소하기 위해 인근 지역의 최상위권 학부모들끼리 '사전 조정 작업'을 벌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한 학교에 대거 몰리지 않도록 희망 학교를 분산 지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최상위권이 많으면 그만큼 1등급 따기가 힘들어서다. 중학교 성적을 반영한다 해도 아예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자녀를 의치대에 보내고야 말겠다는 부모의 욕망이 학교 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형국이다. 자녀는 부모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던가. 최상위권 아이들의 꿈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하나같이 의사 아니면 약사다. '의치한약'을 향한 자퇴와 복학의 쳇바퀴엔 소중한 친구도 없고, 학교생활의 추억도 없다.
관련 규정이 없다며 손 놓고 있는 교육청에 요구한다. 학교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퇴와 복학의 행렬을 멈추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 일부 최상위권 학부모들의 유난스러운 치맛바람이라며 마치 남 이야기하듯 눙치는 건 교육청의 명백한 직무 유기다.
모름지기 학교는 더불어 사는 시민을 길러내는 사회화 기관이다. 내신 1등급과 나머지 아이들이 소 닭 보듯 하고 물과 기름처럼 갈리는 곳이라면 더는 학교라고 할 수 없다. 오로지 내신 1등급을 목표로 쇼핑하듯 이 학교 저 학교 옮겨 다니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건, 그러잖아도 불신받는 공교육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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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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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권 학생 재입학 편법, 그냥 두는 게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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