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국고택 마당에 핀 원정매, 수령 67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로 알려져 있다. 고려말 원정공 하즙이 심은 홍매화로 원목은 2007년에 고사했고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고 있다.
김숙귀
산천재로 가는 길에 정당매가 있는 단속사지에 들렀다. 신라 경덕왕때 세워진 절로 추정되는 단속사는 지금은 동, 서 양쪽에 두 기의 삼층석탑과 당간지주만 남아있다. 고려말 정당문학을 지낸 강회백이 소년 시절, 단속사에서 공부하며 심었다는 정당매도 활짝 피었다. 곁에는 매화를 심은 뜻을 기린 정당매각이 서있고 주위에 여기저기 매화나무가 많이 있다.
단속사지가 있는 마을 이름이 운리(雲里)이다. 이름하여 운리야매이다. 뜰안의 매화가 선비라면 들판의 야매는 민초이다. 선비는 홀로 꼿꼿하지만 민초는 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간다. 지리산 웅석봉 줄기 아래에서 비바람에 온몸을 맡긴 채 자라서인지 운리야매는 강인하다.
산천재에 도착했다. 입구에 서있는 노란 산수유나무가 온몸으로 봄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남명선생이 61세에 산천재를 짓고 직접 뜰에 심었다는 남명매는 볼 때마다 꼿꼿했던 선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당 건너편으로 보이는 웅장한 천왕봉
능선이 절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