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기후정의동맹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등 환경·노동단체 활동가들은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서 기습 시위를 했다.
최윤정
흔히 간과되곤 하지만, 에너지 수요 감축과 에너지 소비 효율화는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축이다. 수요 감축과 소비 효율화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공공교통 중심의 교통 시스템 변화, 단열을 강화한 건물·건축 규제 및 리모델링, 산업계의 에너지·자원 소비 축소가 중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에너지 효율성 향상 및 소비 감축으로 2050년까지 요구되는 에너지 관련 배출량 감소의 최대 4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이런 영역의 변화도 지금까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에너지 소비 감축도 요원한 일이라고 전망한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기업은 에너지를 더 많이 판매할수록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교통으로의 시스템 변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건축 규제와 건물의 대규모 개축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지만 거기서 이윤이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영역에도 인위적인 시장을 조성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으로 뒤바꿀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전문가들은 그런 궁리를 하지만, 실제로 작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이 기업과 투자자의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가 지속되는 한 에너지 소비 감축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은 소비 감축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애먼 시민들의 죄책감을 자극하며 스스로에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더 이상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변화의 핵심에는 에너지 생산·소비와 효율화·감축 등 모든 에너지 시스템의 '탈시장화'와 '탈상품화'가 있다. 시급한 전환을 위해서 이윤을 위한 에너지 체제를 공공성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윤 정부의 '기후부정의' 정책... 4월 14일, 체제 전환을 시작하자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의 실패를 살핀 것은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에너지·기후정책의 키워드는 '한전 독점 해체', '원전 최강국 건설', '전기·가스요금 인상',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 완화'와 같은 것들이다. 특히 핵발전 확대가 도드라진다.
윤석열 정부는 또한 한전·발전공기업·가스공사를 약화시키고, 원가주의를 강화해 전기·가스요금을 무차별 인상하고, 대기업의 부담을 감면하고 있다. 이전 정부부터 이어진 에너지·기후 정책의 연장이다. 기후부정의를 강화하는 잘못된 정책의 목록은 더 길다.
정의로운 전환 없는 석탄발전소 폐쇄, 노동자 대화 요구 묵살,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긴축과 영리추구 강화, 민간사업자와 해외자본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농·어촌 파괴형 재생에너지 사업 방치, SK·GS·포스코 등 천연가스 직수입 민자발전사에 대한 특혜,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 허용, 주민 반대를 무시한 송전탑과 양수발전 건설 등등이 그 예시다.
오는 4월 8일 설계수명(40년)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은 부산과 울산 등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추진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총 18기의 수명연장이 예정되었다. 내년엔 경북 울진 지역에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재개된다. 또한 정부는 현 저장시설이 영광은 2030년, 고리는 2032년에 포화된다는 예측 하에 해당 지역에 임시 핵폐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