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베드로지파(광주, 전남) 성전 전경.
신천지 신도 제공
3월 초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사이비 종교 신천지(교주 이만희)에서의 경험이 떠올라 고통스러웠고,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에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이 다큐멘터리의 우려스러운 지점들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신이다>는 과도할 정도로 피해자들의 피해 서사에 집중했다고 본다. 사람들이 왜 이토록 이상한 집단에 현혹되는지, 왜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무척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는 스쳐가듯 다루고 피해자들이 당한 일들을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걸까?
사이비 종교에게는 특정한 성립 법칙이 있다. 사이비 종교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결핍 속에 파고들어 상대를 조종당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조종한다. 이 행위의 반복을 통해 조종당하는 집단을 창조한다. 이들은 환절기에 찾아오는 독감 마냥, 삶의 전환기를 노린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 신천지 등은 모두 대학가의 청년들을 주요 포교 대상으로 삼고 열성적인 전도 활동을 펼쳤다.
신천지와의 만남
내가 신천지를 만난 건 대학에 진학한 직후였다. 당시 나는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가명)씨 역시 어린 시절의 아픔(학교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JMS 신도들을 만나게 됐고, JMS에 맞서 싸워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대학 졸업반 시절 JMS를 만났다.
대학 신입생들은 어느 대학을 다니든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특히 지방에서 막 올라온 신입생의 경우, 의지할 곳이 없기도 하거니와 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많기 때문에 되레 쉬운 전도 대상이 된다.
내 경험이 그랬듯, JMS와 신천지는 대학에 막 진학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연인과 헤어졌거나,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삶의 전환점에 서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마음을 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의 사이비 종교들 역시 마치 어딘가에서 함께 교육이라도 받은 듯, 이들과 흡사한 수법을 썼다.
사이비 종교는 인간의 인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사람을 전도한다. 가령 신천지에서는 전도 대상 1명에게 기성 신도 3명을 붙였다. 이 4인 그룹이 3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신천지는 '복음방 단계'라 불렀다.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술도 마시고, 통화도 길게 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니는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복음방 단계가 끝나면 7개월간 센터라는 곳에서 주4일제로 수업을 듣는다. 이곳이 신천지라는 이야기는, 10개월간의 과정을 거의 마칠 때쯤 나온다.
10개월. 이 10개월간 정성 들여 활동한 곳에서, 모든 걸 끊고 칼같이 빠져나올 수 있는 인간은 드물다. 이는 10개월 만난 연인과 갑작스레 이별한 후 바로 괜찮아지는 사람이 드문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결국 혼란스러움을 안고 계속해서 신천지에 나오는 신입 신도에게, 신천지는 새로운 지시를 내린다. 새로운 전도 대상 1명을 전도하기 위해 그의 곁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고 시간을 보내라는 지시다.
곧, 피해자로서의 혼란스러움을, 가해자로서의 죄악감이 대체하게 된다. 이는 성범죄 피해를 입은 JMS 여성 신도들이 또 다른 여성들을 범죄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수행한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은 무의식적 방어기제의 일종인 해리(解離) 상태에 빠진다. 해리 상태란 쉽게 말해 나의 인생을 연속적인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분열 상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신이다>에 출연한 사이비 집단 아가동산(교주 김기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내가 그때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 취약한 이들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