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은 학교 곳곳을 청소하면서 옷 색이 바뀔 정도로 독한 세제를 쓰기도 하며(위), 반복해서 쓸고 닦고 걸레를 짜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오기도 한다(아래).
신재용
산안보위는 실무협의와 본회의로 나뉘어요. 본회의에서는 실무협의에서 이야기된 것들을 의결하고 통과시키고, 그 이전에 실무협의를 두세 차례 해요. 실무협의에도 제가 들어가요. 교육청에 근무하니까 오가는 시간이 들지 않고 노조 관련 일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네요. 다음 산안보위에서는 근골격계 질환과 폐질환에 관해서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에요.
산안보위가 벌써 여섯 차례나 열렸다는 게 많은 진전입니다. 개선한 것도 많고요. 안전보건교육을 1년에 네 차례 듣는데, 1, 3분기는 집체교육으로 했고 2, 4분기는 온라인으로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체교육을 원하시더라고요. 온라인으로 들으려면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집에 컴퓨터 없는 분도 있고, 연세들이 있으셔서 인터넷이나 교육을 혼자 켜고 끄고를 못 하시는 분도 많거든요.
행정실에 부탁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고, 지속적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물어봐야 하는 게 곤란하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교육을 집체교육으로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인력도 모자라고, 주말마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나와야 하는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예산이 없으니 올해는 이대로 하되 내년에 반영해달라고 했어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게 원칙이나, 유해, 위험 정도나 사업에 따라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학교도 산안법 조항이 대부분 적용되지 않았으나, 법이 바뀌면서 2020년부터 몇몇 직종에 산안법이 전부 적용됐다. 이를 '현업업무종사자'라고 부르는데 영양사, 조리사 등 급식 관련 직종,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 시설 유지관리 직종, 당직, 통학차량지도 등 경비 및 학생 통학 관련 직종이 이에 해당한다.
산안보위가 교육청 단위로 구성됐고, 현업업무종사자는 안전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산안보위는 분기당 한 번 열리는데, 교육감과 산업안전 및 현업업무종사자 담당 부서의 공무원들,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생기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
안전보건교육은 분기당 6시간 이상 실시해야 하는데, 집체교육으로 진행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으로 바뀌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은데, 컴퓨터나 인터넷 등에 익숙하지 않아서 온라인 교육을 듣기 어려워한다.
교육청마다 적어도 30~40개, 많으면 100개 가까운 직종이 있으나 현업업무종사자 직종은 위의 6~7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직종은 산안보위나 안전보건교육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현업업무종사자 관련 법령을 없애고,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산안법을 전부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 글을 보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공개채용돼서 들어왔을 때는 교육청은 물론 노조에서도 청소 직종에 큰 관심이 있진 않았던 거로 기억해요. 출근해보니까 노조가 교육청 안에 천막을 쳐놨더라고요. 청소 직종에서 아무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저는 스스로 가입하겠다고 했어요. 노조에 가입하라는 권유도 없었고요.
지금은 우리 직종이 산안보위에 들어가게 됐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커졌어요. 안전보건교육도 하고, 노동환경이나 (우리를 보는) 인식도 많이 좋아졌고요.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공무원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그리 좋진 않았어요. 용역업체 소속이었으니까 무관심한 것도 있었고, 인사를 안 받아주시는 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울산은 돌아가신 노옥희 교육감님이 노조 활동 하는데 불편한 점 있으면 말해달라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세월이 바뀌면 점점 더 좋아지리라 생각하고요. 우리 선생님들도 시대가 바뀌었으니 청소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도 내가 이 학교를 청소하고 있으니 학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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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도로 옆 휴게실... 이런 곳에선 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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