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예람 중사의 빈소의 2021년 6월 28일 모습.
이희훈
변호인, "교육 못 받아" "지침 눈에 안 띄어" 변론
박 법무관 측은 '지침·규정 등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고 4월 7일 송치일로부터 이 중사 사망 때까지는 긴 시간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급기야 '지침·규정 등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돼 있었는지 여부'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변호인 : "증인은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의 역할에 따라) 군검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때 언제, 누구에게,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보고하라고 교육합니까."
한 중령 : "음... 아마 코로나 전엔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 때 교육이 없어서 이거에 대해 자세히 교육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변 : "군검사 대상으로 교육도 이뤄진 적이 없고 자료가 배포된 적도 없는 것입니까."
한 : "지침서는 각 예하부대에 있습니다. 아마 저희 인트라넷 페이지에 있을 것입니다."
변 : "눈에 잘 띄게 배너로 나와 있나요. 규정에 관해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찾아봐야 찾을 수 있는 건가요."
한 : "아마 자료실에 다른 자료들과 같이 있을 겁니다."
변 : "이게 두드러져 보이거나 그러진 않죠."
한 : "두드러져 보이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변 : "성범죄 피해자가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더욱 신속히 하도록 (공군 지침·규정에) 돼 있나요."
한 : "그렇게 자세히 규정돼 있진 않습니다."
변 : "이 사건은 4월 7일 송치됐고 (일반적 군검사 사건처리 기한에 따라) 7월 7일이 만기였다. (이 중사가 사망한) 5월 21일이 그렇게 지연된 것입니까."
한 : "규정에 의해선 (사건처리 기한) 이내로 보입니다."
그러자 특검은 '이 같은 이유로 군검사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따졌다.
이태승 특검보 : "지침의 경우 자기 자리에 앉아 PC 등으로 얼마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한 중령 : "네. 자료실에 있습니다."
이 : "군검사는 자기 업무를 처리할 때 지침을 찾아보고, 검토하고, 점검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 "그렇습니다."
이 : "피해자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거나 2차가해 의혹이 있으면 이를 수사보고서에 남겨야 한다는 게 꼭 구체적 지침이 있어야만 하는 일입니까. 지침에 그런 내용까지 다 담겨야 하는 겁니까."
이어 주심인 강대현 판사의 구체적 질문에, 한 중령은 결국 '박 법무관이 제대로 수사·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강대현 판사 : "증인이 송치일이 4월 7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처음 보인 반응은 '(박 법무관은)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거야(한 중령이 이 중사 사망 다음날 윤아무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에게 보낸 문자)'였습니다. 사건 지연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사실관계를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까."
한 중령 : "그런 것 같습니다."
강 : "(피해자인 이 중사의) 정신과적 상해, 자살 암시, 2차가해 정황 등 변수가 있을 땐 피고인(박 법무관)이 (지침에 따라 한 중령에게) 수시보고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 맞습니까."
한 : "어... 네."
강 : "군검사가 2차가해 정황을 파악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합니까."
한 : "지침에 있진 않지만 인지했다면 조사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재판부 질문에 '오락가락' 증인
한편 이 재판의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생전 이 중사를 상대로 한 조사 날짜가 미뤄진 것을 박 법무관이 이 중사 사망 후 어떻게 보고했는지' 여부다. 특검은 '박 법무관이 피해자 요청에 의해 변경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며 이날 한 중령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태승 특검보 : "증인은 (이 중사 사망 후) 박 법무관이 제출한 보고서와 박 법무관에게 (전화 등으로) 확인한 바에 따라 '피해자 요청으로 조사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알고 국회에 보고했다가, 언론 또는 국회의 지적을 받은 후 다시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이후 '군검찰이 먼저 조사 일정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게 돼 (다시 국회에) 정정 보고했다는 것이죠."
한 중령 : "네."
박 법무관 측은 '한 중령 등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조사 일정 변경과 관련해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변호인이 "박 법무관의 보고서엔 문언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상당하다. (이 중사) 사망 사건 후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그런 것으로 보이지 않나"라고 묻자, 한 중령은 "아마 급박한 상황이었고 빠르게 작성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한 중령은 이 중사 사망 후 조사 일정 변경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공군 수뇌부(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에 보고했던 과정을 진술하며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이 중사 사망 후 공군 수뇌부는 국회 국방위 출석 및 국방위 소속 의원에게 대면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요청으로 조사가 미뤄졌다'는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 중사 사망(5월 21일) 이후부터 국회에 설명(6월 2일)하는 시기 동안 왜 진상 파악이 안 됐는지 한 중령에게 물었고, '책임 소재가 단순히 박 법무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중령, 더 나아가 공군본부 수뇌부에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중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이어가다 급기야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다는 답변까지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