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성호
SPL평택공장 사고 이후 SPC 허영인 회장은 외부전문기관을 통해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실행하고, 사외 인사와 현장 직원으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서 안전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어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1천억 원의 안전관리비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망원인과 책임을 조사하던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2023년 2월 9일과 10일 검찰에 기소의견을 제시했다. 평택경찰서는 SPL 강동석 대표이사와 공장장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로, 경기고용노동지청은 SPL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라며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면 이제 빵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회사의 노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노동자들은 이제 안전한 작업장으로 변화됐다고 느끼고 있을까.
SPL그룹 측은 다수노조인 한국노총 측과 주 협의 중이나, 지난 2월 24일 SPL노사협의회엔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도 불렀다. 화섬식품노조 측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는 노동자 안전을 위한 설비 개선, 인력 확충, 근무형태(교대제) 등 근본 개선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윤홍식 한국노총 식품노련 SPL노조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개선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는 지난해 노동자를 사망으로 몰고 간 위험한 공정에 대한 개선은 없이 여전히 그대로라는 입장이다.
노사협의회에서 SPL지회는 샌드위치 라인의 재가동을 위해 어떤 내용으로 노동부가 인가를 한 것인지, 재발방지를 위해 설비‧작업공정‧근무형태는 어떻게 달라지는 지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공개해달라고 했다. 사고 당시 샌드위치라인은 매주 정해진 요일에 시간을 정해서 카톡으로 주말휴일을 선착순으로 정하는 등, 휴일근무는 선택이 아니라 누구든 해야만 하는 '강제노동'이었다. 이런 샌드위치 라인의 강제 휴일근무 개선책이 있는지 노조가 확인했으나, 이 요구에 사측은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측은 사고가 났던 샌드위치 공정이 과거 재료를 놓던 장소로 옮겨지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자 안전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인원 충원은 되는지, 샌드위치 라인에서 일하는 부담을 느끼는 작업자들이 주말근무에서 벗어나도록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등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회사는 일단 공장부터 가동하겠다는 식이다.
SPC회장이 약속했던 SPC안전경영위원회는 2023년 1월 18일 고용노동부 기획감독조치를 100% 완료한 현장을 점검했다며, 산업안전과 근로감독 조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또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사과 때 향후 3년간 총 1000억 원으로 설비개선 700억, 작업환경개선과 안전문화 형성에 200억 원 등을 사용할 예정이라고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