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다 얹어서 먹는 것은 괜찮다
김정아
같은 문제는 내가 캐나다인 남편과 결혼한 후 발생했다. 남편은 절대로 밥과 반찬을 동시에 먹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맨밥에 간장을 뿌려 먹기도 하는데 하긴 그것도 식탁 예절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지 미리 물어본다. 나는 어디 가서는 그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줬다.
사실 남편은 간장을 정말 좋아한다. 게다가 달래장처럼 뭔가 향이 들어가면 정말 마시려고 든다. 오죽하면,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제목은 "간장을 마시지 마세요"라고 달아야 한다고 할 정도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끼리 먹을 때는 괜찮지만, 어디 한국 가정에 초대받아 가서, 반찬들은 두고 밥에 간장을 뿌려 먹으면 정말 곤란하다. 그건 마치 그 집 반찬이 맛이 없어서 맨 밥을 먹겠다는 시위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실 서양 사람들은 밥과 반찬만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따로 먹는 편이다. 아무리 밥과 국을 나란히 줘도, 그들은 국을 먼저 다 먹고 난 후에 다른 것을 먹기 시작한다. 국을 더 주려나고 하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들은 서양식 수프의 개념처럼, 한 코스 끝내고 다음 코스 넘어가는 개념으로 국을 먹는 것이다. 즉, 국이 맛이 있어도, 국만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코스로 먹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한 상에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차리고, 모든 음식을 동시에 먹어 나간다. 밥 먹으면서 국으로 입안을 적시기도 하고, 고기 반찬을 먹으며 김치를 함께 입에 넣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