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누구나 겪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갔을 때 우리가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다시 희망을 꿈꿀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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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가 행복을 느끼려면
생각해보면 저 뿐 아닌 다른 많은 사람들도 사는 동안 어떤 일에 실패해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을 겪곤 합니다. 가령 사업에 크게 실패해서 파산하거나, 행복했던 결혼 생활이 이혼으로 끝나거나,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일들요. 소소하게는 친한 친구와 싸워서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좋은 관계였던 사람과 사소한 이유로 결별하는 등의 일도 마찬가지겠죠.
원점으로 돌아간 이들은 인생을 재건하기 위해 애를 써요. 다시 바닥부터 자산을 모으고 빚을 갚아나가며 살아가고, 행복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하거나, 잃어버린 소중한 이를 애도하고 일상을 되찾으려합니다. 너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경우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 해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런 관찰과 생각에 힘입어 저는 다시 희망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룰 수 없을 거 같은 목표나 불안정한 미래를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그보다 지금 당장 이 순간과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기쁨을 최대한, 힘껏 누리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면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보거나 소설 한 권을 전부 읽는데 실패하더라도 감각과 감정과 경험은 남아있게 되니까요.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에 온전히 몰입하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도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인이 생각하기에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저이지만 그래도 행복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 점심 식사가 맛이 있었다던가, 산책길에서 본 꽃이 예뻤다는 작은 일에서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쁨의 순간들을 모아 채우다보면 나이가 든 후에 과거를 회상하며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과 태도가 조현정동장애 정신질환자인 제가 행복을 추구하며 인생을 사는 방법이고,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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