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자선 변호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법무법인 광야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코인 업체들은 마치 본인들이 진행 중인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처럼 흉내내고 있지만 실제론 자신이 발행한 코인을 팔아 돈을 번다"며 "코인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눈을 속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호
"위믹스는 루나·테라와 구조가 비슷하다"
"위믹스 투자자는 위메이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핀테크 전문가로 알려진 예자선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지난 한 해에 걸쳐 국내 중견 게임사이자 가상자산 위믹스의 발행사이기도 한 '위메이드'를 향해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위메이드가 사전에 공시했던 위믹스의 유통 수량과 실제가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기"라고 지적하며 그 위험성을 알린 것이다.
그는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지난해 6월 위믹스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며 금융위원회에 민원 신고를 했다. 그러는가 하면 11월엔 위메이드가 가상자산거래업자로 신고도 하지 않고 위믹스 생태계인 '위믹스 3.0'을 운영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위반했다며 재차 민원을 냈다. 이런 논란을 거치면서 예 변호사엔 '위메이드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저격' 대상을 가상자산 전체로 넓혔다. 최근 발간한 저서 <거짓말이 어떻게 법이 될까요?>를 통해 "모든 코인이 폰지"라며 가상자산 시장을 향해 칼날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예 변호사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법무법인 광야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코인 업체들은 마치 본인들이 진행 중인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처럼 흉내내고 있지만 실제론 자신이 발행한 코인을 팔아 돈을 번다"며 "코인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눈을 속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 사업은 왜 '폰지 사기'인가
- 이번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부분의 코인 관련 사업이 폰지 사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주장이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
"맞다. 정확하게는 대부분의 코인 사업자들이 '코인을 팔 때' 돈을 버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건 코인을 만든 발행사뿐 아니라 코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제휴사업자, 코인 투자자들도 다른 사람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코인을 팔아야 돈을 번다. 법을 이야기할 때는 이런 본질을 짚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책을 내게 됐다."
- 책 제목에 '거짓말'이란 표현이 들어간다.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나?
"코인 사업자들이 '저는 코인을 팔아 돈을 벌어요'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지점을 꼬집고 싶었다. 그들은 오히려 '코인으로 이런 저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사업 구조를 말하면 사람들이 코인을 사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은 사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다."
- 얼핏 보기엔 코인 사업자들이 사업 진행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특정 사업을 홍보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다.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 코인 사업자들은 코인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거나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거나, 교환·결제에 편리하다며 사업을 홍보한다. 그런데 그들은 언제 수익을 낼까? 갖고 있던 코인을 팔 때다. 이해하기 쉽게 삼성전자 주식과 비교해보자. 애초에 삼성전자는 전자제품을 팔아 돈을 번다. 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목표는 전자제품이 더 잘 팔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주주에게도 좋다. 그런데 코인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코인을 팔 때 수익을 낸다. 코인을 갖고 있는 것만으론 돈이 되지 않는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가령
P2E(Play to Earn, 돈을 벌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방식) 게임을 개발한다거나 덩치 큰 IT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코인의 사용처를 만들어내지만 정작 그게 사업의 본질은 아니다.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코인 가치를 올리려는 심산이다. 사업자들의 목표는 '코인을 비싼 값에 파는 것'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도 코인으로 거래할 뿐더러 P2E게임에선 오히려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코인을 준다고 유혹하고 있지 않나.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도 이용자들에게 코인을 받게 되지만 이런 유통량은 전체의 극히 일부다. 그렇게 사업이 잘 돼 코인 가치가 오르면 코인 사업자 입장에선 비싸게 팔 수 있으니 좋겠지만 사업 그 자체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냉정히 말하면 수익성은 사업의 성패와는 무관하다."
- 코인 사업자들은 국내 IT 기업들과도 제휴를 맺는 모양새다. 티몬 이사회 의장이기도 했던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는 한때 테라를 티몬,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기업에서 간편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IT 기업들은 왜 코인 업체들과 제휴를 맺나?
"제3자 배정으로 코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보라네트워크가 코인을 대량으로 추가 발행해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한 일이 있었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종합 플랫폼 '보라 2.0'을 공개하면서 제휴사들에게 코인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코인사업자는 이를 '생태계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때마침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위메이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회사들이 이때 보라 2.0의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 가상자산 생태계 내 이사회)로 합류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제휴한 회사들도 모두 코인을 팔아 돈을 번다. 심지어 위믹스를 장학금으로 받은 대학들도 코인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 수많은 코인 업체들은 코인을 예치하면 높은 이자를 준다는 '스테이킹' 등 다앙한 디파이(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를 갖추고 있다. 코인 사업자들에게 디파이는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 코인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이용자들이 그냥 코인을 사주면 고맙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을 거다. 그래서 사업자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코인을 살까'를 생각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휴처를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코인을 맡기면 그냥 더 주는 것이다. 어차피 자기가 만든 코인이라 더 주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들도 '이용'보다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들을 유인하기도 좋다."
- 코인 사업자들이 얼마나 코인을 추가 발행하고 어떻게 팔고 있는지 알 길은 없을까?
"알 방법이 없다. 공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다."
"비트코인의 종말, 머지 않았다"